[청계천,우리 곁으로]청계천은 안다, 상처투성이 작업모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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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1일 기공식을 한 이후 무려 2년 3개월 만에 완공을 본 ‘청계천 복원공사’. 축사나 감사의 말에는 흔히 ‘시민들의 힘으로…’라는 말이 붙게 마련이다. 그러나 공사는 공사장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가장 크다고 말하면 틀린 말일까. 청계천 복원공사에는 대림산업, GS건설, 현대건설, 삼성건설, 현대산업개발, 코오롱건설 등 모두 6개사가 참여했다. 2번의 겨울과 3번의 여름을 청계천에서 보낸 사람들. 6개사 현장소장들이 말하는 ‘우리 공사구간’에 대한 자랑과 아쉬움을 소개한다.》

▽대림산업 청계광장∼광장시장 석재덕 소장…며칠씩 집에 못가 가족에 미안했죠▽

청계천공사에 대해 처음에는 현장소장으로 가면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사표를 내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 돌았다.

동영상으로 보는 청계천 사진으로 보는 청계천

여론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청계천 복원을 부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주변 상가의 민원, 고가철거와 복개구조물 철거 시 발생되는 교통 대란 등 산적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24시간 꼬박 일을 하며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해 가족들을 애태운 적도 허다하다.

가장 긴박했던 순간은 광교 사거리 구간 교량 공사를 할 때였다. 때마침 폭우가 내리는데 현장에서 긴급 전화가 와 받았더니 광교 사거리 일부 도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고를 막기 위해 차량을 통제하려면 경찰, 시 관계자등에게 보고를 하는 순서를 밟아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 직권으로 차량을 통제했다. 그럼에도 약 5분 후에 도로가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일기예보에도 없는 기습 폭우가 내려 현장이 물바다가 됐을 때 일이다.

그날은 근로자 약 400명, 장비 25대, 공사용 차량 10여 대가 활기차게 공사를 하던 중이어서 긴급히 근로자부터 대피시키고 차량, 장비 순서대로 대피소로 이동시켰으나 일부 장비는 급류에 떠내려 가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준공을 앞두고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풀이 자라고 새와 물고기가 노는 모습을 보니 이런 대형 공사에 참여 하게 된 것이 무척이나 기쁘고 뿌듯하다. 부디 청계천이 시민을 넘어 국민의 영원한 휴식처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GS건설 광장시장∼황학교 강정율 소장…초기엔 시민 원망 많이 들었지만…▽

총연장 5.8km인 ‘청계천복원건설공사’ 현장은 3개 구간으로 나뉘어 개발됐다.

우리 회사는 광장시장∼황학교 입구까지의 약 2.1km를 맡았으며 청계천 고가철거에서부터 하천복원 및 조경, 하수도 정비, 8개의 교량건설, 양안도로 건설 등 전 공정을 턴키베이스 방식으로 진행했다.

우리가 맡은 ‘청계천 복원공사 제2공구’ 현장은 폭이 좁고 주변에 건물이 가득해 도시, 자연구간이라는 설계 개념을 설정했다. 옛 청계천의 추억을 더듬게 하는 8개 컨셉트의 화려한 교량과 문화거리를 상징하게 될 수상무대와 예술작품들이 현장을 수놓고 있다.

초창기 현장은 청계천 고가 구조물 철거 공사로 주변 상인들과 심한 마찰을 빚었고 통행인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시민들로부터 많은 원망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예상하던 일이라 사전에 충분한 계획을 세우고 여건에 맞춰 작업 방법을 수시로 바꾸며 청계천고가철거라는 대작업을 예정공기보다 2개월 앞당겨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공사에서도 1, 3구간을 맡은 대림과 현대란 쟁쟁한 회사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조급한 상황에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고 인근 공구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남다른 각오는 현장 식구들이 ‘청계천 복원건설공사 제2공구’를 청계천 제1의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했다.

10월 1일이면 우리 앞에 열리는 청계천은 이제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의 아름다운 자랑거리로 태어날 것이다.

▽현대건설 청계8가∼신답철교 황원중 부장…물장난 치는 아이들 보니 피로 싹▽

현대건설이 담당한 제3공구는 청계8가에서 신답철교까지 1.7km 구간의 하천 복원공사 및 청계천 문화관 신축공사로 이뤄져 있다.

본 공사는 설계 시공 일괄입찰에 의한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당초부터 27개월이라는 한정된 공기를 가지고 시작됐다. 부족한 공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동절기에는 혹독한 한파 속에서 작업을 했고, 하절기에는 강우에 의해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나 2005년 10월 자연하천으로 되살아날 청계천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전 직원이 하나가 돼 난관을 극복하며 공사를 수행했다.

제3공구 현장은 ‘생기(生氣)의 소생(蘇生)’이라는 경관개념을 가지고 계획됐다. 청계천을 생명력 넘치는 자연하천으로 복원해 물고기와 풀과 꽃 등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켰으며 리듬벽천, 터널분수, 소망의 벽 및 다양한 친수 공간 등의 휴식처를 서울시민에게 제공해 시민들이 청계천에서 편안하게 산책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제 청계천은 풀과 꽃이 자라고 물고기와 새들이 노니는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하천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일부 개통한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조깅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친수 공간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현장 직원들과 함께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준공되는 날 모든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청계천을 산책하며 도심 속에 새로이 탄생된 청계천의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만끽했으면 한다.

▽삼성건설 청계광장∼광장시장 정두용 소장…집중호우에 장비 잠겼을땐‘아찔’▽

2003년 7월 1일 청계2가에서 대대적인 행사와 함께 시작된 청계천 복원공사가 이제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마 도심 4대문 안에서 이렇게 큰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뤄진 것은 지하철 공사를 제외하면 청계천 공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특히 청계고가 철거 공사는 도심특성상 도로를 전면통제할 수가 없어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많아 민원발생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주야간을 불문하고 작업이 이뤄졌다. 낮에는 소음과 먼지발생이 적은 절단작업을 했고 밤에는 거대한 철거구조물을 트레일러로 쉴 새 없이 실어 나르는 일의 연속이었다.

1단계인 구조물 철거 공사가 끝나자 주변에서 노점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들과의 갈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라 이를 해결하느라 며칠씩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복개구조물이 철거된 구간부터 사면호안 구조물 공사가 진행된 2003년 12월부터는 날씨로 인한 품질상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시공구간을 전부 천막으로 덮고 스팀보온시설을 해가며 공사를 하기도 했다.

2004년 2월 한창 공사 중에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현장이 물에 잠겨 자재 및 장비를 건지느라 고생했던 일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고생을 마치고 6월 1일 청계천 시점부에서 통수식을 열었을 때는 그동안의 고생이 한순간에 즐거움으로 흘러내리기도 했다.

이제 준공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런 마음을 가져 본다. 비록 인공하천이기는 하지만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현대산업개발 광장시장∼황학교 이우열 부장…‘물과의 싸움’ 이젠 추억속으로…▽

청계천 복원공사는 서울시의 숙원사업이자 역사적 국가적 관심사업이라는 점에서 시공사로 참여하게 돼 자부심도 크다.

현대산업개발은 전체 2.1km인 2공구 중 1구간에 시공사로 참여했다. 구체적으로는 방산시장에서 청계6가까지 구간에서 새벽다리, 마전교, 나래교, 버들다리 등 4개 교량 건설 등을 한 것.

의욕은 넘쳤지만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주어진 시간이 크게 부족했다. 설계대로 시공을 하다보면 공정을 맞추기가 어려워 대규모의 장비와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여 철야작업을 감행해야만 했다. 작업공간이 협소했고, 장비 옆으로 일반 차량이 수도 없이 통행하고, 작업중지를 호소하는 인근상가 및 단체의 민원 등으로 공사하는 데 난관이 많았다.

공사를 수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물이었다.

청계천은 평상시에는 오수만 흐르다 강우량이 5mm만 되더라도 오수와 우수가 혼합돼 하천으로 범람한다. 그때마다 장비침수는 물론, 터파기 및 기초 철근배근 작업을 두세 번씩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양수공사는 주요 공정의 일부가 되었고 직원 모두는 양수공이 되어야 했다.

물과의 싸움, 설계와 현장상황이 달라 고민했던 일, 목표치에 뒤질세라 발버둥쳤던 일 모두가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교량공사, 용지용수관공사, 차수공사를 마치고 청계천에 다시 맑은 물이 흐르던 날, 그동안 고생했던 날들을 흐르는 물에 흘려보낼 수 있었다. 청계천이 준공되는 날은 아마 개인적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과 보람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코오롱건설 청계8가∼신답철교 김승환 부장…문화유산 남겼다는 자부심에 뿌듯▽

2002년 어느 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명박 후보가 TV토론회에 출연하여 청계천 복원사업을 공약하는 것을 보고, ‘이뤄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반신반의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 역사적인 사업의 의미는 공사에 참여하는 회사나 현장직원들에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고 각사를 대표하는 대표선수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훌륭한 유산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것 또한 같았다.

공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여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겨울 추위와 싸워가며 보온했던 콘크리트는 어느새 튼튼한 다리와 물길이 되었다.

무더운 여름철 수없이 반복한 수방훈련과 빗소리만으로도 잠을 설치게 했던 강수는 어느새 아름다운 물이 돼 유유히 흐르고 있다.

청계천이 푸른 이유, 아마 그 속엔 현장 임직원, 협력회사 근로자, 서울시 관계자 등 모든 분들의 땀방울이 모여 다시 흐르는 까닭일 게다.

3공구의 명물인 ‘소망의 벽’과 ‘수변데크’ 속 맑은 물에 발 담그고 노니는 아이들, 아름다운 ‘벽천’과 ‘터널분수’의 낭만을 즐기는 연인들, 청계천 역사의 상징물인 ‘존치교각’의 의미를 되새기는 어르신들의 흐뭇한 미소가 흘러넘치는, 청계천은 분명 서울시민과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될 것이다.

아빠의 마음을 아는 듯 ‘청계천’ 얘기만 나와도 자랑스러워하는 내 아이와 빙그레 웃어주는 아내와 함께 개장 후 이곳을 찾아볼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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