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절대 죽을수 없습네다”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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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한국에 갈 수 있습네까.”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답니다.”

2일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진입에 성공한 국군포로 장판선(74) 씨의 딸 영옥(29) 씨는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영옥 씨는 당시 중국 내 탈북 브로커에 억류된 상태였다. 그는 수화기를 들기 무섭게 기자에게 한국 입국이 가능한 시기를 물었다. 한두 번이 아니고 묻고 또 물었다.

“언제 다시 잡혀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합네다.”

“아버지 어머니가 무사히 한국에 들어갔다니 다행입네다.”

“불편한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영옥 씨는 “잘 보살펴 줘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억류하고 있는 브로커 때문인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는 “꼭 다시 만나자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도 어떻게든 한국에 갈 테니 걱정 마시라고 전해 달라”고 말하다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영옥 씨 바로 옆에는 또 다른 탈북자 여인이 있었다. 브로커가 장판선 씨의 맏며느리라고 속이고 함께 입국시키려던 조모 씨.

조 씨는 “북한의 남은 가족이 모두 잡혀갔다는 말을 들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영옥 씨가 나 때문에 대사관에 들어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목숨을 걸고 두 차례나 북한을 탈출해 중국 식당을 전전해 왔습네다. 고통받는 가족을 빼내기 위해서라도 절대 죽을 수 없습네다. 한국에 갈 수 있게 도와 주시라요.”

조 씨는 지금도 기약없이 한국 입국을 기다리는 중이다.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조 씨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 왔다.

“나는 절대 죽을 수 없습네다. 죽어서는 안 됩네다. 도와주시라요!”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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