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이문재의 ‘파꽃’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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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속없는’ 양념 같으니라구.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그 속을 어따가 비웠을까. 가만, 저 양반 우습게 볼 일 아니네. 속은 없어도 맵기는 이렇게 맵고, 뼈 한 마디 없어도 꼿꼿하기 이를 데 없네. 세상에 얕보고 허투루 볼 것 없음을 저이로 하여 다시금 알겠네. 조상 대대로 ‘음심’과 ‘분노’를 일으킨다 하여 절 밖에 쫓긴 물건(五辛菜)이었건만, 속 비우고 맘 비워서 저 홀로 사원이 되었구나. 닝닝닝-, 봄날 파밭 한 뙈기 날마다 초파일이로구나. 대파대사, 쪽파보살의 ‘무심법’을 들으러 저 속 빈 사원을 찾는 벌과 풍뎅이 신도가 무릇 기하이뇨.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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