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전태종/새내기여, 무지개를 좇아다오

  • 입력 2005년 2월 28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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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너머로 아련히 들려오는 2005학번 새내기들 행사 ‘소음’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음을 느낀다. 그들을 멀찍이 바라보다 보니 6년 전 나의 새내기 시절이 떠올랐다. 신입생 환영회가 있던 날 전투경찰과 대치해야 했고, 늦은 저녁까지 계속된 농성에선 가사도 잘 모르는 낯선 민중가요를 목이 터져라 불러야 했다. 또한 밤늦은 회식에서는 투옥된 한 이름모를 운동권 선배에 대한 연민을 안주로 연거푸 술잔을 돌렸다.

세상은 분명 바뀌었고 대학가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잘 가르친다는 영어학원 이름을 받아 적고, 대학가 주변 먹을거리 정보를 꼼꼼히 새겨듣는 오늘날의 새내기들. 한때 대학이라고 하면 ‘최루탄’과 ‘투쟁’ 그리고 ‘낭만’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토익’과 ‘자격증’ 그리고 ‘고시’라는 단어가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섰다. 괜찮은 대학의 졸업장만 있으면 취업이 보장되던 시절이 더 이상 아니기에 요즘 대학가는 생존경쟁으로 살벌하다.

이윤기 수필집 ‘무지개와 프리즘’은 “프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무지개가 비록 진정한 무지개는 아닐지언정 여전히 아름답듯, 글로써 전해지는 진리가 비록 진정한 진리가 아닐지언정 여전히 아름답다”고 면학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학문을 즐기기보다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호하고 학점 따기 쉬운 수업을 듣고자 하며, 고시와 자격증 시험에 목을 매는 것이 오늘날의 대학 풍경이다.

과거의 대학생들은 나라를 걱정하는 ‘투사’가 되기에 바빴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경쟁에서의 ‘생존자’가 되기에 바빠 ‘무지개’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맛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태종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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