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하는 DIY]주부 김정은씨가 만든 토피어리 화분

  • 입력 2005년 2월 17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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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독자 DIY’에서는 주부 김정은 씨(42·서울 양천구 목동)가 토피어리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토피어리는 물이끼(수태)를 이용해 만드는 장식용 화분.

곰 토끼 사슴 모양의 틀에 물이끼를 붙여서 만듭니다.

보기에도 좋을뿐더러 가습 기능이 있어 건강에도 좋지요.

김 씨는 “친정아버지가 식물 기르는 것을 유달리 좋아하시는데 생신에 맞춰 좋은 선물을 하고 싶다”고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한국토피어리협회 경인지부의 윤혜경 지부장(43)이 김 씨에게 추천한 토피어리는 거북.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라”는 염원을 담았습니다.》

○ 틀 만들기

알루미늄 와이어로 뼈대를 만드는 게 첫 순서. 초보자가 하기엔 쉽지 않은 과정이어서 윤 지부장의 손을 많이 빌렸다. 옆에서 보기엔 쉬워도 각도와 높이를 맞추고 힘 조절을 하는 것, 와이어를 이어 붙이는 과정 등이 제법 까다롭다. 와이어의 반을 접어 거북의 발 모양을 만들라는 윤 지부장의 지시에 따라 김 씨가 와이어를 구부렸는데 높이가 달라졌다. “정확히 반만큼 접었는데….”(김 씨) “힘주는 방향에 따라 달라져요.”(윤 지부장)

와이어끼리 이어 붙이는 과정은 더 힘들다. 단단하면서도 매끈하게 철사를 감는 과정은 전문 디자이너 가운데서도 정확히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김 씨는 처음 치고는 매끈하게 철사를 감아내 칭찬을 들었다.

뼈대를 만든 뒤에는 치킨네트(닭장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로 뼈대를 감싼다. 물이끼를 붙이기 쉽도록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윤 지부장은 “이 작업을 할 때는 장갑을 꼭 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철사 끝이 날카로워 베거나 긁히기 쉽기 때문이다.

○ 물이끼 붙이기

물이끼는 주로 칠레산(産)을 쓴다. 더 비싼 뉴질랜드산은 길고 숱이 많으며 색깔도 상아색으로 더 예쁘다. 물이끼는 늪에서 잘라 건조시킨 상태로 판매한다. 토피어리 제작 1∼2시간 전 물에 푹 담가 불린 뒤 물기를 적당히 짜 둔다.

물이끼를 뼈대에 붙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투명한 낚싯줄을 이용해 틀에 물이끼를 고정시키는 것. 낚싯줄을 팽팽하게 감아 최대한 안 보이게 하는 것이 노하우다.

무작정 감아도 안 된다. 부피감을 살려가면서 고정시켜야 제대로 모양이 나온다. 거북 발의 경우 아랫부분은 평평하게, 윗부분은 둥글게 만든다. 목 부분은 가늘게 만들어 머리와 구분돼 보이게 해야 한다. 단단하게 만든다고 줄을 너무 많이 감아도 좋지 않다. 줄이 지나치게 촘촘하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네요.” 김씨가 이따금 한숨을 토해 낸다. 토피어리는 만들 때는 인내심을 갖고 꼼꼼하게 작업해야 한다. 복잡한 과정은 아니지만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다 감고 남은 줄은 적당히 자른 뒤 바늘에 꿰어 토피어리 안쪽으로 집어넣는다.

○ 식물 담기

가위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이끼를 다듬어 준 뒤에는 식물을 담을 차례. 거북 등 부위의 공간에 이끼를 한 겹 정도 깔아 흙이 새지 않게 한 뒤 식물을 옮겨 심는다.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는 배합토를 적당히 넣어 줘야 식물이 죽지 않고 잘 자란다.

김 씨는 향기가 좋은 노란 ‘미키 로즈’를 골랐다. 난 종류를 심기도 하는데 넝쿨식물이 가장 인기 있다. 토피어리를 감싸면서 넝쿨이 자라 멋스럽다. 식물을 담고 난 뒤에는 흙 위에 이끼를 한 번 더 깔아 준다. 이끼가 수분을 머금고 있어 수분 보조제 역할을 한다. 완성된 뒤에는 눈을 달아 주고 각종 소품으로 장식한다. “다른 식물과 달리 생명력 있는 동물 같아 보이는 것이 토피어리의 매력”이라고 윤 지부장은 말했다. 여름에는 1, 2일, 겨울에는 4, 5일에 한 번 물을 준다. 통째로 물에 담갔다 꺼내도 좋다. 토피어리는 한국토피어리협회(02-2057-0320·www.kotoa.or.kr) 각 지부에서 배울 수 있다. 수강료는 과정에 따라 회당 1만∼2만 원, 재료비는 2만 원 정도다. 또 인터넷쇼핑몰에서 DIY 키트(1만∼2만 원대)를 사면 편하다.


글=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다음 번 ‘독자 DIY’의 소재는 손바닥 정원 만들기입니다. 봄을 맞아 싱싱한 초록 식물로 간단하게 집을 꾸며 보고 싶은 분은 위크엔드(weekend@donga.com)로 참가를 원하는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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