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잘잘못 보다 禮가 먼저다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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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말씀이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저를 위함이 될 거예요. 아님 언론의 장난일 수도 있고요. 결국은 모든 것이 저 잘 되라고 하는 말씀 아닐는지….”

차마 ‘그분’이 누구라고 드러내놓고 말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하루 만에 이 대목은 사라지고 ‘만일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네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으로 시작되는 루디야드 키플링의 시만 남았다.

위의 글은 박찬호가 11일 자신의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를 통해 김응룡 삼성 사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내용이다. 앞서 김 사장은 10일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찬호 선수의 부진엔 야구계에선 다 알고 있는 이유가 있다. 딴 짓하지 말고 야구만 열심히 하면 부활할 수 있다”며 “올 겨울을 잘 보내야하고 빨리 결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반박 글이 나오자 그의 홈페이지를 찾은 네티즌 대부분은 김 사장을 성토하고 나섰다. 박찬호의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팀61’의 김만섭 대표도 “도대체 박찬호의 허리통증에 대해 야구계에서 알고 있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박찬호를 만난 적도 없는 분이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물론 김 사장이 실수를 한 것은 분명하다. 방송을 통해 박찬호의 허리부상 원인을 ‘딴 짓’으로 매도한 것은 지나쳤다. 그렇다고 김 사장이 집단성토를 받을 만큼 잘못한 것일까.

기자는 김 사장에게 박찬호를 음해할 의도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직선적인 성격이지만 후배를 뒤에서 헐뜯을 사람은 아니다. 당시 방송에서도 김 사장은 사회자의 여러 질문에 별 뜻 없이 대답을 했다. 선동렬 삼성 감독에 대해서도 “단점이 있다면 말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김만섭 대표의 말대로 박찬호가 야구계의 상징적 존재인 김 사장을 만난 적도 없다면 문제는 오히려 박찬호에게 있다. 이런저런 탓하기에 앞서 야구인 가운데 처음 대표이사가 된 김 사장을 찾아 인사라도 하는 게 선후배 간의 예의가 아닐까. 마침 박찬호는 국내에 체류 중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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