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22>관습(慣習)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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慣習法(관습법)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慣習은 한 사회에서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익숙해진 질서나 규칙’을 말하고, 慣習法은 그러한 ‘사회적 관습이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성문법과는 구별된다.

慣은 心(마음 심)과 貫으로 이루어졌는데, 貫은 소리부도 겸한다. 貫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貝(조개 패)가 빠진 …으로 써, 끈이나 꼬챙이로 어떤 물건을 꿰어 놓은 모습을 하였는데, 소전체에 들면서 꿰어 놓은 것이 조개(貝)임을 구체화시켜 지금의 貫이 되었다.

그래서 貫은 꿰다는 뜻을 가지며, 이로부터 貫通(관통)의 의미가, 다시 習慣의 뜻이 나왔다. 꿰어 놓은 것은 보통 같은 물건이었기에 ‘동일함’의 뜻도 생겼다. 고대 중국은 집성촌을 중심으로 마을이 발달했기에 貫은 자신 및 가족이 태어나 자란 혈연적 동일성이 확보된 곳이라는 뜻에서 다시 貫籍(관적·본적지)이나 고향까지 뜻하게 되었다.

그렇게 볼 때 慣은 심리적인(心) 동일성(貫), 즉 같은 무리로 묶을(貫) 수 있는 마음(心)을 의미한다. 따라서 慣은 동일한 마음, 즉 같은 뿌리에서 나온, 태생보다 더 오래된 심리적 유대에서 연원하며 그것은 카를 융의 말을 빌리자면 ‘집단 무의식’에 해당할 것이다.

習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羽(깃 우)와 日(날 일)로 구성되었는데, 소전체에 들면서 日이 소리부인 白으로 되어 형성구조로 변했다. 羽는 날짐승의 깃털을 그린 상형자로 날갯짓을 상징하며, 日은 태양을 그린 글자로 세월이나 날을 의미한다. 그래서 習은 어린 새가 나는 것을 배우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日) 끝없이 날갯짓(羽)을 반복하는 모습을 그린 글자로, ‘여러 번 날다(數飛·삭비)’가 원래 뜻이다.

이후 習은 어떤 것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반복적으로 練習(연습)하고 익힘을 말하게 되었다. 반복적 연습은 처음에는 연습이지만 지속적으로 쌓이면 ‘익숙함’이나 習慣이 된다.

고대 중국인들은 새가 태어나면서 바로 날지 못함을 알았다. 새가 하늘을 나는 것을 태생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끊임없는 반복의 결과로 인식한 것이다. 그것은 처음에는 반복이요 연습이지만, 그 반복의 횟수가 무한대로 증식하면서 태생적 속성처럼 여겨지게 된다.

이처럼 慣習에서 慣은 한 집단의 동일한 마음이자 유사한 사유를 말하며, 習은 그 사유의 수행, 즉 사유를 사유로써 끝내지 않고 반복적 실행에 의해 그 사회의 규범으로 정착된 것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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