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한 지붕 두 요리사 “당신 손맛이 최고”

  • 입력 2004년 9월 23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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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조리 분야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이두희 이금희씨 부부. 명절처럼 바쁠 때면 부부의 콤비 플레이가 더욱 빛을 발한다.-강병기기자
한식 조리 분야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이두희 이금희씨 부부. 명절처럼 바쁠 때면 부부의 콤비 플레이가 더욱 빛을 발한다.-강병기기자
롯데호텔잠실의 한식 담당 조리장 이두희씨(41)와 메이필드호텔 한식당 봉래정의 조리장 이금희씨(37)는 부부다. 1988년 롯데호텔서울에 함께 입사해 요리를 배우면서 사랑이 싹텄다. 국내 특급호텔에서 부부 조리장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더구나 이씨 부부처럼 전공이 같은 경우는 더욱 드물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 한국의 아내들은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음식 장만이 걱정이다. 음식 만드는 게 일인 호텔 조리장도 그럴까. ‘한식의 고수’ 부부의 명절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편 두희씨의 고향은 충남 보령시. 부친은 5형제 가운데 장남이고 두희씨도 2남1녀 중 맏이다.

부인 금희씨는 결혼 후 첫 명절을 잊지 못한다.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손님상을 몇 번 차렸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꼭 30번이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해서 분가한 친척들이 안 오기도 해서 지금은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금희씨는 “단련이 돼서 이제는 별로 힘든 줄도 모른다”며 웃었다.

호텔은 1년 내내 돌아가기 때문에 호텔 직원들의 명절 휴가는 그리 길지 않다. 이씨 부부만 해도 이틀 정도를 쓸 수 있는 게 고작이다. 그래서 부부의 명절 풍경은 늘 비슷하다.

고향으로 떠나는 전날 퇴근하면서 함께 장을 본다. 둘이 앉아 밤새 음식을 장만한 후 아이스박스에 넣어 새벽에 시댁으로 향한다. 도착해서는 송편과 전 정도만 만든다. 하루를 보낸 후 충남 서산의 친정에 들렀다가 서울로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한다.

여자에게 호텔 주방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남편 두희씨도 잘알고 있다. 쉬는 날도 없이 일하는 아내가 명절이면 더욱 안쓰럽다. 그래서 그는 명절이면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만든다. 한 집안의 장남이라는 꼬리표는 필요없다. 더욱이 그의 음식 솜씨는 워낙 빠르기로 유명해서 명절처럼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 때는 진가가 발휘된다. 금희씨는 남편이 만든 음식에 대해 “겉으로 보기엔 공을 들이지 않고 설렁설렁 만드는 것 같아도 정말 맛있다”고 자랑했다.

두희씨의 고향집에선 매년 한 번씩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두희씨 부친의 생신이 돌아오면 동네 어른들을 초청해 설렁탕이나 곰탕을 대접한다. 워낙 새벽 댓바람에 손님이 찾아오기 때문에 며느리인 금희씨는 밤새 가마솥을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한다. 음식을 먹으며 마을 어른들이 “역시 다르다”고 칭찬을 할 때 시아버지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감돌고 “그래, 수고했다”는 한마디면 피로가 싹 풀린다고 한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호텔 느낌이 나는 명절 요리 3선▼

○ 토란탕(사진)

▽재료=토란 300g. 무 4분의 1개, 대파 2뿌리, 다진 마늘 1큰 술, 사태 300g, 다시마 1장, 표고버섯 3개, 양념(다진 마늘 반 큰술, 후추 약간, 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토란은 껍질을 벗긴 후 쌀뜨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데친다. 쇠고기는 8등분해서 끓인 후 건져내 얇게 썰어둔다. 표고버섯은 4등분해서, 다시마는 물에 씻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썬다. 재료를 모두 넣은 후 중불에서 10분간 끓인다. 양념을 넣고 간을 한 다음 불을 끈다.

○ 바지락살전

▽재료=바지락살 300g, 찹쌀가루 500g, 부추 30g, 계란 3개, 청고추와 홍고추 각각 1개, 양념(다진 파 1큰 술, 다진 마늘 1큰 술, 참기름 약간, 소금 1작은 술, 후추 약간)

▽만드는 법=바지락살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양념에 버무린다. 여기에 찹쌀가루와 계란, 야채를 넣고 반죽한 후 한 숟가락씩 떠 프라이팬에서 노릇하게 지져낸다.

○ 송이산적

▽재료=등심 600g, 자연송이 300g, 양념(배 간 것 1개, 대파 다진 것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물엿 1큰술, 맛술 1큰술, 간장 4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후추 약간)

▽만드는 법=등심은 칼등으로 두드린 후 1.5cm×8cm 정도의 크기로 썬다. 자연 송이는 밑동의 흙이 묻은 부분을 칼로 잘라내 4등분해 놓는다. 고기를 양념장에 버무려 꼬치에 송이와 번갈아 끼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지져낸다.

※각 4인분 기준

▼추석음식 준비요령 5▼

1.재료는 사전에 구입 보관=재료는 서울에서 사는 게 종류가 많고 값도 더 싼 경우가 많다는 게 자칭 타칭 ‘재료 구입의 달인’인 두희씨의 조언. 고기도 서울에서 사는 게 품질이 더 좋다. 값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료 가운데 오래 보관해도 되는 것은 미리 사둔다.

2.요리는 하나씩 미리미리=느긋하게 며칠씩 쉬지 못하는 이씨 부부는 모든 요리를 한꺼번에 안 하고 미리미리 한다. 갈비는 재워서, 사골 육수는 미리 뽑아서 얼린다. 산적도 미리 꽂이에 꽂아 준비해 놓으면 편하다.

3.예쁜 것보다 손쉽게 빨리=명절 음식은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빨리, 손쉽게 만드는 게 핵심. 송편은 소를 넣은 후 손바닥에 놓고 동그랗게 굴려 공처럼 만든 후 모양을 잡는다. 이때 반죽은 약간 촉촉하게 하는 게 만들기 쉽다. 반죽할 때 오미자나 치자, 단호박, 녹차가루를 섞어 색깔을 낼 수도 있다.

4.전 부칠때는 찹쌀가루로=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전이다. 금희씨는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쓰면 수월하다”고 조언했다. 고기나 조갯살에 찹쌀가루와 계란을 넣어 반죽한다. 이렇게 만든 전이 훨씬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5.토란탕, 배탈 예방에 좋아=명절처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을 때는 알칼리성 식품인 토란탕을 곁들이면 배탈을 예방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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