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시리얼 킬러’

  • 입력 2004년 7월 1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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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수사국(FBI) 행동과학 연구팀의 로버트 레슬러가 1975년 시리얼 킬러(serial killer·연쇄살인범)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모르는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로 스트레인저 킬러(stranger killer)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레슬러씨는 몇몇 연쇄 살인범들이 아는 사람도 죽이는 사례를 발견하고 시리얼 킬러라는 이름을 지었다. FBI는 3건 이상의 살인을 저지르고 보통 한 번에 한 명씩 살해하며 사건과 사건 사이에 냉각기간이 있는 범인을 시리얼 킬러로 분류한다.

▷전 세계 시리얼 킬러의 85%가 미국에서 날뛴다. 매춘부나 뜨내기 인생이 희생자인 경우가 많아 신고되지 않는 범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얼 킬러의 80∼90%는 20, 30대 백인 남성이다. 1986년 전기의자에서 생을 마감한 시리얼 킬러 테드 번디는 자동차 위에 보트를 싣고 다니며 여성들을 유혹했다. 너무 예절 바르고 잘생겨 아무도 그가 시리얼 킬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체포될 때까지 최소 23명, 많게 40명으로 추정되는 여성을 살해했다.

▷시리얼 킬러가 돈 때문에 범행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스릴, 성적 만족, 환상세계의 지배권을 추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일종의 살인중독이다. 실패한 현실세계에서 도피해 환상의 세계를 구축해놓고 지배권을 행사하려는 범죄라는 분석도 있다. 비정상적 부모자식 관계, 정신병적 우울증, 허무감,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 사회적 실패와 성적 좌절에서 비롯된 분노 등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인생에 성공한 사람들도 이 같은 특징 가운데 한두 개는 갖고 있을 수 있다.

▷프로이트는 어린아이는 그럴 힘만 있다면 세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얼 킬러는 정상적 성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쳐버린 ‘어린 어른’에 비유된다. 대다수 시리얼 킬러들은 어린 시절에 가정과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며 자란 특징을 지닌다. 청소년기부터 교도소를 14차례 드나든 시리얼 킬러 유영철이 던진 충격이 엄청나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시리얼 킬러의 공포가 우리 사회에서도 현실로 다가오는 것인가.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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