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세계의 비경]<8>미국 그랜드캐니언

  • 입력 2004년 6월 3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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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니언의 협곡 남쪽인 사우스림 전망대. 1600m 아래 협곡의 콜로라도강까지 이어진 절벽엔 20억년동안 조성된 지구의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콜로라도강에 침식돼 형성된 이 협곡은 대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조성하기자
그랜드캐니언의 협곡 남쪽인 사우스림 전망대. 1600m 아래 협곡의 콜로라도강까지 이어진 절벽엔 20억년동안 조성된 지구의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콜로라도강에 침식돼 형성된 이 협곡은 대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조성하기자
‘Four Corners.’ 미국에 ‘네 구석’이라는 묘한 이름의 지역이 있다. 콜로라도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의 4개 주를 뜻한다. 어찌하여 이 4개 주가 ‘구석’이 되었을까. 거기에는 특별한 지질학적 배경이 있다.

네 구석이 차지하는 지역은 지형상 콜로라도 고원이다. 로키산맥 서쪽은 평균 해발고도가 1580m나 되는 고지대의 광활한 평원인데 시에라네바다산맥이 서쪽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습기를 막아 고원은 사막 비슷한 반건조 기후를 보인다. 네 구석이란 이 비슷한 자연조건의 4개 주가 콜로라도 고원을 공평하게 4등분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따분한 설명보다 좀 더 실감나는 사례를 보자. 브라이스캐니언, 자이언캐니언, 캐피털리프, 아치스, 캐니언랜즈, 그랜드캐니언. 이 중 몇 개는 귀에 익은 이름으로 모두 미국의 국립공원이다. 이 6개 국립공원은 모두 이 네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책 무더기처럼 켜켜이 쌓인 붉은 흙과 바위 지층이 침식된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다양한 풍광을 보여주는 협곡 지형이다.

○ 1600m 깊이의 협곡 446km나 이어져

이 국립공원에도 별도의 이름이 붙었다. ‘그랜드 서클’이다. ‘거대한 원’이란 무엇을 뜻할까. 지도를 보자. 공원은 원을 그리듯 콜로라도 고원의 네 구석에 고루 퍼져 있다. 한 열흘 쯤 시간을 내면 이 여섯 국립공원을 원형 루트로 두루 여행할 수도 있다.

그랜드 서클에 또 다른 이름도 붙는다. ‘그랜드 스테어케이스(The Grand Staircase)’, 즉 ‘거대한 계단’이다. 이 중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 그랜드캐니언과 자이언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을 보자. 제각각 지층대가 다르다. 그것을 지층단면도를 통해 살펴보면 각각의 지형은 계단처럼 하나씩 단계를 이루며 올라가는 형국이다. 아래가 가장 오래된 지층(고생대)이고 위가 가장 젊은 지층(신생대)인데 아래부터 위로 그랜드캐니언, 자이언캐니언(중생대), 브라이스캐니언의 순서로 놓인다.

그랜드캐니언을 찾았다. 라스베이거스를 출발해 사막 같은 땅을 지나 플래그스태프를 경유, 사우스림(협곡의 남쪽)으로 갔다. 다섯 시간의 황무지길 운전. 피곤도 하련만 그 장대한 협곡의 절벽에 서니 대자연의 신비에 압도당해 피로마저 잊는다.

1600m 깊이로 팬 폭 16km의 협곡. 이런 대지의 균열이 빚은 틈은 동서로 무려 446km나 이어진다. 500만년에 걸쳐 이뤄진 자연의 대역사. 그런 사실을 알고 본다면 그 절벽은 단순한 기념촬영용 볼거리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150억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에서 46억살 먹은 지구의 최근 20억년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극적인 현장이다.

그 협곡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안내하던 파크 레인저(공원감시원)는 이런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생일케이크가 있는데 칼을 든 사람이 움직이지를 않아요. 어떻게 해야 케이크를 자를 수 있지요?” 물론 케이크를 들어올리면 된다. 그렇다. 로키산맥에서 발원한 콜로라도 강이 칼이고 땅이 케이크다. 땅이 서서히 융기하면서 강에 의한 침식 과정을 거쳐 협곡이 형성됐다. 그러니 그랜드캐니언의 주인은 콜로라도 강이다.

○ 거대한 케이크같은 ‘천국의 계단’ 장관

스페인어로 ‘컬러 레드(붉은 빛깔)’라는 뜻의 콜로라도. 그런데 물빛은 초록이다. 거기에도 사연이 있다. 댐 때문이다. 댐은 협곡의 동쪽 끝에 있다. 포웰이라는 거대한 호수를 형성한 글랜캐니언 댐이다. 댐이 없을 때는 유속이 빨라 흙탕을 일으켜 물빛이 붉었다. 그러나 댐 완공(1964년) 후 유속이 줄고 토사도 호수에 침전돼 물빛이 바뀌었다.

유속은 줄고 수온은 내려가고. 협곡 아래 강의 자연환경이 파괴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토종 물고기와 강변 모래톱이 사라졌고 대신 무지개송어 같은 외래종만 번창했다. 캐니언의 자연 파괴는 이뿐만이 아니다. 연중 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용하는 차량의 매연, 그리고 멀리 캘리포니아 애리조나주 남부에서 유입된 오염된 공기로 협곡의 시계는 160km에서 30km로 줄었다고 한다. 캐니언 근처에 자동차 진입을 막고 근처 마을 플래그스태프에서 철도로 관광객을 수송하는 방식이 논의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아리조나주=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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