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70>진(眞)과 정(貞)

  • 입력 2004년 6월 27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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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점술가는 미신의 대명사이고, 근대를 위태롭게 하는 전시대의 유물이다. 하지만 고대의 점술가는 미래의 예언가이자 공동체의 불운을 미리 막아주는 우두머리의 역할을 수행했다.

貞과 眞은 이러한 옛 점술가의 지위를 아주 잘 보여주는 글자이다. 眞은 善(선)과 美(미)와 함께 인류가 추구하는 세 가지 지향점 중의 하나이지만 이의 자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잘 파악돼 있지 않다.

‘설문해자’에서 ‘眞은 신선이 모습을 변화시켜 승천하는 것을 말한다. 匕와 目(눈 목)과 ㄴ과 八(여덟 팔)로 구성되었는데, 八은 신선의 탈 것을 말한다’고 했지만, 금문의 자형과 어떤 연계도 지울 수 없다.

眞이 금문에 들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의 개념은 전국시대 말부터 유행한 신선사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근원은 상나라 때의 貞人(정인·점복관)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貞은 갑골문에서 의미부인 卜과 소리부인 鼎으로 구성되었는데, 이후 鼎이 貝로 잘못 변했다. 卜은 거북점을 칠 때 불로 지져 열에 의해 갈라지는 거북딱지의 형상이고, 그 갈라진 각도나 모양으로 점괘를 판단한데서 ‘점’이라는 뜻이 나왔다. 그래서 貞은 원래 신에게 ‘물어보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불에 지져진 거북딱지가 직선을 그리며 갈라진데서 ‘곧다’는 뜻이 나왔고, 지금은 ‘곧다’는 의미가 주로 쓰인다.

貞人은 상나라 당시 최고의 점인 거북점을 주관하고 점괘를 판단하던 점복관을 말한다. 때로는 상나라 왕이 직접 貞人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아 그 지위가 대단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신과 교통하고 신의 말을 인간세계에 전달해 주던 상나라의 貞人처럼, 주나라에 들면서 천지간의 道(도)를 체득한 仙人(선인)을 부를 다른 명칭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것은 신탁의 시대로부터 인문의 시대로 역사가 진전했음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貞으로부터 분화된 글자가 眞이고, 이후 眞人(진인)은 이러한 사람의 최고 호칭이 되었다.

그래서 眞은 신의 소리를 듣기 위해 점복을 행할 때의 몸과 마음가짐처럼 ‘眞實(진실)됨’과 ‘참됨’, 그리고 眞理(진리)라는 뜻으로까지 확장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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