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사랑에 대한…’ 당신의 사랑, 무슨 색깔인가요

  • 입력 2004년 6월 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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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  사진제공 축제를만드는사람들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 사진제공 축제를만드는사람들
“사랑해!” “나두” “사랑해…” “나두…”

“사랑이 뭔데?” “몰라,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

7월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축제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사랑에 대한 다섯 가지 소묘’(위성신 작·연출)는 요즘처럼 살기 팍팍할 때 더욱 그리워지는 사랑에 대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스케치다.

작품 배경은 여관방. 여관이란 남들의 시선이 배제된 상태에서 두 사람만 만나는 곳으로 인간들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은밀한 공간이다. 그러나 누구든 기본적으로 고독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가질 수밖에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에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라? 우선 관객들은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관방에서 동창들끼리 모임을 가지려다가 우연히 두 사람만 남게 된 노총각과 노처녀의 사랑, 썰렁한 개그와 차력쇼로라도 눈물겹게 권태를 극복하려는 오래된 연인의 사랑, 실직한 남편에게 마지막 힘이 되어주는 경상도 아내의 사랑, 죽음을 앞두고 정을 떼려는 듯 더욱 못되게 구는 남편의 사랑, 노년에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 에로틱하거나 아름다운 사랑을 상상한 관객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사랑의 집착과 고통이 담긴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사랑은 그런 거야”하는 나름의 사색에 빠져들게 된다. 인터넷에서 지식검색을 해도 사랑의 의미는 제대로 알 수 없듯이, 사랑은 각자 나름대로 ‘소묘’하며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1996년 초연된 뒤 여러 차례 공연된 연극이다. 그동안 ‘다섯 개의 소묘’로 번갈아 등장했던 에피소드만 20개가 넘는다. 이번 작품에선 매회 에피소드마다 “우리 소풍이나 갈까?”하는 제안이 반복된다. 여행은 좀 부담스럽지만, 소풍은 늘 마음 설레고 기다려진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 자체도 짧은 소풍에 불과하고, 힘겨운 인생에서 사랑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소풍이라는 의미는 아닐까.

화∼금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반 7시반, 일 3시 6시. 1만∼2만원 02-741-3934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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