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옥희/가정폭력 참으면 더 큰 상처

  • 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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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성 긴급전화 1366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리는 상담전화. 똑같은 말로 응대를 시작하지만 들어서 마음 아프지 않은 사연이 없다. 가정폭력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전화가 해마다 많아지는 추세다.

필자가 일하는 대구 여성긴급전화 1366만 해도 2001년 1419건이던 가정폭력 관련 상담이 지난해 3162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시작된 남편의 폭력은 이제 습관이 돼버렸고 남편이 귀가하는 저녁시간이 두렵기까지 하다. 남편의 매질에 맨발로 도망쳐 나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며 친정집으로 가고 싶지만 어머니를 뵐 면목도 없어 포기한다. 상담전화를 찾는 피해자들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리곤 대개 이렇게 묻는다. “결혼 초부터 가정폭력이 있었지만 아이 때문에 참아 왔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라도 꾹 참아야겠죠?” “딸아이가 이제 결혼 적령기가 됐는데 아무래도 혼사를 치를 때까지라도 참아야겠죠?”

결론을 말하면 절대로 참으면 안 된다. 더욱이 자식을 위한다면 무조건 참는 게 해결책이 아니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정폭력은 은밀하게 상습적 지속적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가정폭력 행위자의 70∼80% 정도는 성장 과정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라고 할 만큼 가정폭력은 대물림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가 참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폭력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져버린다.

일단 폭력이 발생하면 조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가정폭력은 당하는 여성뿐 아니라 자녀들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가정폭력을 참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어머니가 돼야 한다.

이옥희 ‘대구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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