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는 2집 ‘휘슬 인 어 메이즈(Whistle in a Maze)’를 냈다. 2집을 내자마자 KBS2 TV ‘윤도현의 러브 레터’의 출연 일정이 잡혔다. 그만큼 인정받은 셈이다.
2집에는 흑인음악을 내세웠던 첫 음반의 흔적이 없다. 아일랜드 민속악과 재즈, 유럽의 구전 민요를 토대로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다. 새 음반도 첫 음반처럼 그 혼자서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했다.
새 음반의 특징은 매끄럽지 못한 육성이나 악기 연주도 그대로 살려 어쿠스틱의 느낌을 준다는 점. 마치 백그라운드 음악(BGM)을 듣는 것처럼 수록곡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타이틀곡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곡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까칠까칠한 육성도 그대로 담아내, 마치 옆에서 이야기 듣는 듯하다. 하림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친구 같은 느낌, 그것이 오래가는 음악이 아닐까”라며 “수록곡들은 모두 한번에 녹음하고 크게 보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콜릿 이야기’는 봄 향기에 겨운 소녀의 경쾌한 발걸음이나 연인들의 유쾌한 담소를 연상시키고, ‘이방인’은 보컬의 질감을 앞세워 마치 뮤지컬 무대에서 혼자 부르는 노래 같다.
하림의 새 음반에 대해 뮤지션 유희열은 “자신의 음악어법에 대한 애정과 오랜 고민들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인 이병률씨와 함께 쓴 가사의 주제들도 여느 발라드에서 흔한 애이불비(哀而不悲·슬프지만 울지 않는다)가 아니라 사색적이다. ‘낯선 사람들 냉정한 거리’(이방인), ‘풀어진 혀끝에서 쉼 없이 내뱉는 그대 이야기’(어느 저녁 바에서), ‘마른 눈을 깜빡거리며 바람에 나를 씻는다’(아일랜드에서) 등. 그는 “서울 광화문을 지나다니는 젊은 남녀를 보며 가사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내 곡을 노래하기 위해 가수가 됐는데, 이제는 노래하기 위해 곡을 쓸 만큼 관객과 함께하는 퍼포먼스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 여름 대규모 야외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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