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KBS 폭소클럽 ‘블랑카’ 정철규 “폭소기계 떴죠”

  • 입력 2004년 4월 8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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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난 정철규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사근사근한’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블랑카를 연기할때는 더욱 검게 보이기 위해 분장을 한다고 한다. 박경모기자
실제로 만난 정철규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사근사근한’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블랑카를 연기할때는 더욱 검게 보이기 위해 분장을 한다고 한다. 박경모기자
KBS2 오락 프로그램 ‘폭소클럽’(월요일 밤 11시)의 ‘블랑카의 이게 뭡니까’는 인기 코너다. 이 코너는 서울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 블랑카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어눌한 말씨의 블랑카는 이 코너를 진행하는 신인 개그맨 정철규(24)가 만들어낸 캐릭터다. 블랑카는 서울생활 11년째 접어든 스리랑카인으로 아내 봉숙이와 반 지하 셋방에 산다.

“산업체 병역특례요원으로 3년간 경남 창원 공단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일했어요. 그때 익힌 외국인의 말투를 흉내냈더니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블랑카는 제가 좋아하는 스트리트 파이터에 나오는 괴물 캐릭터 이름이예요.”

정철규는 지난해 12월초 개그맨의 꿈을 안고 창원에서 상경해, 위성방송 KBS 코리아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서 블랑카 개그를 선보인 뒤 곧장 폭소클럽 제작진에 발탁돼 2월9일부터 이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블랑카…’는 당초에는 14개의 코너중 맨 마지막이었다. 점차 호응을 받아 지금은 앞에서 2, 3번째로 전진 배치됐다. 블랑카의 말투를 흉내내 “전화 왔어요, 따르릉 했어요” 하는 정철규의 컬러링까지 등장했다.

“처음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회사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현실을 다뤘어요. 그런데 2회째 방송이 나간 뒤 중소기업 사장들이 방송사로 몰려와 항의했지요. 외국인 노동자를 함부로 다룬 적이 없다고요.”

3회분 녹화 하루 전날 PD가 “방송 못하게 됐다”고 회사 방침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밤새 원고를 다시 써서 “가정 이야기로 가자”고 제안했고 블랑카는 다시 살아났다.

회사에서 가정으로 배경을 바꾼 ‘블랑카…’에서 정철규는 아내 봉숙이 흉을 보며 ‘아줌마’의 부정적 이미지를 풍자한다. 봉숙이는 결혼 전 몸무게가 47kg였지만 지금은 74kg으로 불어나 남편을 못살게 군다.

“마트에서 침대 코너 갔어요. 침대는 누워 보고 사야 한다며 이 침대 저 침대 다 누워 봤어요. 저보고도 누워 보라며 눈을 찡긋했어요. 저는 부끄러워 싫다 했더니 저를 잡고 침대로 집어 던졌어요.… 돌침대였어요.”

정철규가 “뭡니까 이게, 봉숙이 나빠요” 하면 방청객에서는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온다.

“데뷔 전 이홍렬 신동엽 김제동 선배들이 출연하는 오락 프로를 보며 노트 필기를 해가면서 공부했어요. 개그를 진지하게 보는 저를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방문을 걸어 잠그고 봤지요. 블랑카는 운좋게도 힘들이지 않고 만들어낸 캐릭터예요. 앞으로는 진짜 ‘말발’로 승부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습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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