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고노 타로/韓-日차세대 의원 친구가 되자

  • 입력 2004년 3월 31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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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일본과 한국의 젊은 의원 사이에 교류가 상당히 활발해졌다. 북한 문제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올림픽 축구예선 경기 등에 관해 필자가 한국에 전화를 걸어 얘기할 수 있는 국회의원은 열 명이 넘는다. “지금 도쿄에 왔는데…”라며 전화를 걸어오는 한국 국회의원도 꽤 있다.

필자 사무실에 전화를 건 일본인 중에는 ‘희한한 방언을 구사하는 비서가 있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유학생으로 인턴을 하고 있는 최군이 전화를 받기 때문이다. 최군은 필자 사무실의 두 번째 한국인 비서다. 한국인이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일본 국회의원 사무실을 더 이상 희귀하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필자의 세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거리는 지도상의 양국 거리보다 더 좁혀져 있다.

한일 신세대 정치인의 교류가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5년 전 일이다. 필자가 졸업한 조지타운대학 선배인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참의원 의원이 기존의 한일 의원연맹과는 다른 형태로 교류를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지금까지 한일관계에서 한일 의원연맹의 역할은 상당히 컸다. 그러나 신세대 의원으로서 한일 의원연맹은 장로 정치인의 긴 이야기를 말석에서 듣고 있는 장소에 지나지 않았다.

새로운 의원교류의 파트너는 당시 민주당의 김민석 의원이었다. 어디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감옥에 있을 때”라고 대답했다. 일본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해 온 한국의 젊은 정치인이었다.

김 전 의원의 소개로 만난 정몽준 의원은 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필자도 야마모토 의원도 전혀 술을 못 하지만 정 의원이 “한일관계를 위해 건배!” 하는 바람에 폭탄주를 마시고 모두 쓰러진 적도 있다. 그 이후 젊은 한일 의원 교류는 ‘폭탄주 의원 연맹’으로 불리게 되었다.

박태준 전 총리를 만난 것도 김 전 의원의 덕이었다. 저녁 늦게 도착한 우리에게 김 전 의원은 저녁 식사를 대접했고 옆방에서 박 전 총리 부부가 식사 중이었다. 박 전 총리는 조부 고노 이치로(河野一郞), 부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그리고 필자 3대에 걸쳐 개인적 친분을 맺게 되었다. 박 전 총리는 야마모토 의원의 고교 선배이기도 하다.

한일미래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이성헌, 원희룡, 오세훈 의원 등 한나라당 미래연대와의 교류도 시작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도 의원교류를 해 온 천정배, 신기남 의원의 덕이었다. 그때 부탁했던 하네다와 김포 직항로 개설은 그 뒤 실현됐다. 사실 그것은 젊은 의원의 교류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필자의 부친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세월 교류해 왔다. 불우한 시대였지만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필자도 지금 교류하는 의원들과 정치가로서가 아니라 친구로 사귀고 싶다. 아버지와 김 전 대통령은 일본어로 얘기했다. 필자는 한국 의원들과 주로 영어로 얘기한다. 다음 세대에도 일본어든 한국어든 상황에 맞는 언어로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어의 문제는 한일 관계가 갖고 있는 희망과 가능성과 비교하면 매우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고노 다로 일본 중의원 의원

약력-△1963년생 △미국 조지타운대 비교정치학과 졸업 △가나가와(神奈川)현 15구 3선 의원 △자민당 정책조사회 환경분야 책임자 △중의원 청소년특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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