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14일 동아마라톤 ‘이모저모’

  • 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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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는 1만2000여명이 뛰다 보니 이색 참가자들도 많았다. 배낭을 멘 주자, 정치 플래카드를 든 주자, 이색복장을 한 주자 등은 축제분위기를 띄웠고 신체장애에도 불구하고 완주한 주자들은 지켜보는 사람을 숙연케 했다.

○부부클럽 화원50쌍 ‘금실 자랑’

‘향기 부부’ ‘챌린저 부부’ 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부부간 금실을 자랑하는 부부마라톤클럽 회원 50쌍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2002년에 결성돼 부부 200여쌍이 가입된 이 동호회를 만든 ‘향기 부부’의 이태재씨(50)는 “마라톤을 하면서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사이좋은 부부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참가 부부 50쌍 가운데 42.195km를 함께 완주한 부부는 모두 20쌍. 20여명의 남자 회원들은 부인들의 “혼자라도 결승점에 들어가라”는 성화에 밀려 혼자 결승점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번에 완주하지 못했더라도 다음엔 부부가 함께 완주한다는 목표가 생겨 좋다”면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화이트데이 “초콜릿대신 완주선물”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연인과 함께 달리거나 ‘사랑 고백’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들이 유난히 많았다.

올 연말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강신근씨(30)와 변혜경씨(30·여)는 이날 같이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사랑을 굳게 다졌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부산 ‘오뚜기 마라톤 클럽’에서 만나 마라톤을 함께 하면서 사랑을 키워온 사이.

김재석씨(27)는 ‘사랑 고백’을 위해 마라톤에 참가했다. 김씨는 “얼마 전 직장 후배에게 마음을 표현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완주 메달을 그녀의 목에 걸어주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나의 사랑 00’, ‘I LOVE 00’ 등의 문구를 가슴에 단 많은 참가자들이 완주에 성공, 이날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종로 보신각 앞 사물놀이 공연

8km 지점인 종로 보신각 앞에서는 오전 6시 반부터 사물놀이 공연이 진행됐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유민우씨(21·한양대 기계공학과 2년)는 “거리를 질주하는 마라톤 선수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선수들이 흥겨운 국악 장단에 힘을 보태 신기록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거운 배낭까지 메고 마라톤 풀코스

완주 자체도 쉽지 않은 마라톤 풀코스를 무거운 배낭까지 메고 완주한 건각들이 있어 화제. 다음달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참가할 예정인 하나그룹 인력개발원 안광옥 차장은 7kg 무게의 배낭을 메고 3시간58분의 기록으로 완주. 안씨 외에 사하라 마라톤을 준비하는 동호회 ‘오아시스’(회장 손종태) 회원 10여명도 10∼12kg 배낭을 메고 완주해 무쇠 체력을 과시. 사하라 마라톤은 평균 40도 기온의 사막 250km를 먹을 것과 침낭을 메고 6박7일 동안 달리는 ‘지상 최악의 마라톤’으로 알려진 대회.

○선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알리는 마라토너들

17대 총선을 앞두고 동아 마라톤을 선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는 마라토너들도 눈에 띄었다. 회사원 장용석씨(34)는 ‘17대 총선에서 올바른 사람을 뽑자’라는 구호가 적힌 천을 들고 풀코스를 완주. 장씨는 “요즘 국회가 민생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열중하고 있어 총선에서 올바른 선량을 뽑아 나라가 새롭게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퍼포먼스를 하게 됐다”고 설명. 한편 올해 세 번째로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마라톤 동호회 ‘공명이’의 문상부 회장은 “올해 총선이 마라톤 정신처럼 공명정대한 페어플레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피력.

○시각장애인과 도우미가 함께 풀코스

시각장애인과 ‘도우미’가 함께 풀코스를 완주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펼쳐졌다. 시각장애인 이윤동씨(48·울산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장)는 도우미 이태걸씨(50·울산마라톤클럽 회장)와 손을 끈으로 묶고 이씨의 안내에 따라 3시간43분의 기록으로 완주. 역시 시각장애인인 차승우씨(41)도 울트라마라톤 완주 경력의 도우미 이기자씨(47)의 도움으로 3시간56분 만에 완주.

○양손 잃은 김영갑씨 2시간45분 기록

감전사고로 두 손을 잃은 김영갑씨(31)도 이번 대회에서 2시간45분 만에 완주. 1998년 자신이 다니던 구미공단 한 공장 변전실에서 고압 전류에 감전돼 두 손을 잃은 김씨는 “손이 없어도 다리는 멀쩡하니 달릴 수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달리는 시간만큼은 모든 고통을 다 잊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설명.

○잉꼬부부 손잡고 결승선 통과

이문철(43) 전해영씨(여·43) 동갑내기 부부는 서로 손을 꼭 잡은 다정한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눈길. 평소 함께 마라톤 훈련을 해 온 이들 부부는 “함께 뛰다보니 페이스가 비슷해 함께 손을 잡고 들어오게 됐다”며 “처음부터 같이 들어오려고 작정했던 건 아니다”라고 환한 표정으로 설명.

○여장-수퍼맨등 이색복장으로 완주

최준성씨(32)는 분홍색 가발과 하와이 무희들이 입는 아슬아슬한 치마를 이용해 여장을 하고 완주해 눈길. 최씨는 “마라톤을 고통스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즐겁게 달려보고 싶어서 튀는 복장을 입었다”고 설명. 또 회사원 최상권씨(37)는 푸른색 상하의에 가짜 가슴 근육, 빨간 망토 등을 이용해 ‘슈퍼맨’ 복장으로 4시간6분 만에 완주했는데 “사람들 눈에 띄고 싶어서”라고 이색 복장을 한 이유를 설명.

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최화경 부장 김화성 권순일 차장 장환수 안영식 김상호 이원홍 김상수 전창 김종석 양종구 김성규기자

▽사회 1부=이헌진 이완배 유재동 정양환 전지원기자

▽사회 2부=황태훈 이재명 채지영기자

▽사진부=김동철 부장 석동률 서영수 김경제 박경모 차장 김동주 안철민 이훈구 강병기 변영욱 전영한 원대연 박주일 김미옥 최혁중 권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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