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 육아]맞고 들어온 애 혼내지 마세요

  • 입력 2004년 2월 1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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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맞고 들어오는 철이에게 엄마는 처음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그냥 피하라고 했다. 하지만 철이가 얼굴에 상처까지 나서 돌아오자 엄마는 “맞서 싸우지도 못 하느냐”며 오히려 아이를 혼냈다. 급기야 철이를 때린 아이 집에 찾아가 그 아이를 때려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아이 부모가 철이네 집으로 찾아와 고소하겠다며 난리쳤고, 결국 철이 엄마는 아이의 정신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폭력 피해자가 되는 아이는 주로 몸집이 작고 발육이 늦으며 말이 어눌한 편이다. 몸이 멀쩡한데도 맞고 다니는 아이는 대부분 간섭과 보호를 지나치게 받고 자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너무 엄하게 자라 지나치게 순응적이거나, 나쁜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대들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는 부모를 실망시킬까봐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알리려 하지 않는다. 괜히 이야기를 했다가 혼만 나거나 문제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주 맞는 아이는 성격이 나빠지고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가지게 된다. 자신감이 없다 보니 위축돼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성 발달은 물론 학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맞서라고만 가르칠 수는 없다. 먼저 다른 아이가 놀리거나 약을 올릴 때 무시하게 하자.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니?”라며 부질없는 싸움을 피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살피며, 귀기울여주고, 적극적으로 칭찬해주자. 늘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대하자.

아이가 당하는 상황을 역할극으로 재연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공격을 당할 때 말로 대처하는 게 효과적일지, 같이 맞서 싸워야 할지를 상황별로 자세하게 알려줘 아이가 대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여러 개 가지도록 도와주자. 방어능력도 키워줘야 하지만 가해를 당했을 때 이를 어른들에게 알리라고 가르치자.

그래도 계속 당하고 돌아오면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맞는지 알아낸 뒤 교사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에게 도움을 구하자. 싸움을 목격했다면 적극적으로 말려야 한다. 그러나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어 아이들이 더 심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도록 부모들도 감정을 조절하여야 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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