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조정자/"이공계 아들, 맞선도 못봐요"

  • 입력 2004년 1월 3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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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자
아들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정부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 공직 진출을 확대하겠다 등의 우대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들의 출신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생이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현수막을 걸고 축하해 주지만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출신 고교에서의 축하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기분이 씁쓸한 것만은 사실이다.

아들이 올해 30세라 결혼 상대자를 찾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공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어떤지 더욱 절감한다. 처음에는 ‘서울대 박사과정’이라는 학벌을 보고 중매도 많이 들어 왔지만 ‘공학도’라고 하면 모두들 외면한다.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그 뒤의 경제적인 보장이 막연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법대나 의대 출신들은 중매가 끊이지 않는다. 연수원이나 레지던트로 몇 년 더 공부해야 하지만 미래가 확실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고작 장학금을 얼마 더 준다는 식이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진정 공학도를 위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고소득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직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공학도는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다 보니 아들의 선배들을 보면 박사학위를 딴 뒤 해외로 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한국에서는 판검사와 의사 외에는 아무리 어렵게 박사학위를 따도 쓸모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각에서는 우수 해외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전시성 일과성 정책이 아니라 우선 국내의 공학도들을 챙기고 키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조정자 주부·서울 관악구 봉천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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