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서태지와 아이들'서 가요제작자 성공 양현석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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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로서 힙합과 R&B 등 흑인음악에 주력해 온 양현석. 그는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섭렵했지만 흑인음악만큼 나를 흔들어놓는 음악은 없다”면서 “서태지가 진정한 록 뮤지션이라면 나는 흑인음악 애호가일 뿐”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사진제공 양현석
제작자로서 힙합과 R&B 등 흑인음악에 주력해 온 양현석. 그는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섭렵했지만 흑인음악만큼 나를 흔들어놓는 음악은 없다”면서 “서태지가 진정한 록 뮤지션이라면 나는 흑인음악 애호가일 뿐”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사진제공 양현석
지난해 말 각종 가요시상식에서는 두 가지 양상이 두드러졌다. 립싱크 댄스가수 이효리가 대상을 휩쓰는 한편에서 탄탄한 가창력으로 인정받은 소위 YG패밀리 소속 가수들이 대약진한 것. 세븐과 렉시, 빅마마는 방송 3사의 남녀 신인상을 석권했다.

빅마마는 MBC 10대 가수상에서는 신인상을 건너뛰고 바로 본상을 거머쥐었다. 데뷔 2년차인 휘성은 불황 속에도 2집 앨범이 1집보다 두 배나 많은 40여만장이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이들을 발굴한 사람이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35)다. 가수로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그는 지난해 제작자로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속가수들의 해외진출로 동분서주 중인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제작자로서 전성기에 올라선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3번의 변화를 겪었다. 10대에는 백댄서로 춤에다 청춘을 불살랐고 20대에는 가수로서 음악에 눈 떴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대중과 나누며 사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내가 선택한 음악과 뮤지션을 사랑해주는 대중이 너무 고마울 뿐이다.”

―지난해 말 가요시상식에서 이효리가 대상을 휩쓴 것과 YG패밀리 가수들이 약진한 일은 한국가요계의 이율배반성을 잘 보여준다는 지적인데….

“우리 가요계 풍토가 잘못됐다. 나도 엔터테이너로서 이효리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음악시상식이라면 ‘엔터테이너’ 능력 이상으로 ‘오리지널리티’를 평가해줘야 한다. 이효리도 피해자다. 과연 누가 더 생명력이 길까. 과대포장된 엔터테이너는 포장지를 풀어갈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그 반면 실력 있는 뮤지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YG패밀리에서도 세븐이나 렉시는 외모 덕을 톡톡히 보는 것 아닌가.

“세븐의 경우 오히려 외모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븐은 외모와 춤, 가창력을 모두 갖춘 가수다. 단 한번도 립싱크로 노래한 적이 없다. 렉시도 6년 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최고의 여성래퍼로 꼽혔다.”

―대부분 신인을 발굴해 인기가수로 키워왔다.

“따로 오디션을 보거나 연습생을 키우지 않는다. 대부분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미 실력이 입증된 친구들이 능력을 펼치도록 도울 뿐이다. 내 모토는 그들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나를 찾아온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스스로 실력을 갖출 때까지는 눈길 한번 안 준다. 세븐은 중 3때부터 나를 찾아왔지만 4년여를 기다려야 했다. 같이 기다린 친구들이 7명이었지만 그만이 끝까지 남았고 결국 성공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25억원을 벌었다고 시중에 알려져 있다. 제작자로서 번 돈이 그보다 많은가.

“‘서태지와 아이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항상 그때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 최선을 다해 왔다. 돈보다 음악이 먼저였다. 모범이 되기 위해 지금껏 술과 여자는 곁눈질도 않고 살아 왔다. YG패밀리 가수 중 지금껏 마약이나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이가 없고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소속사를 옮긴 가수도 없다.”

―‘서태지와 아이들’ 재결합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작자와 가수활동을 병행하는 것인가.

“해체할 때 한번 정도 뭉쳐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고 약속했다. 8년이 지난 지금쯤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이건 음반이건 딱 한차례 활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서태지의 7집 활동이 끝난 뒤 올해 안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 100억원을 주겠다는 기업도 있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우리 재결합 활동에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를 두느냐다. 지금은 그 명분을 찾는 단계다.”

―앞으로 목표는….

“일본과 중국, 아시아 시장을 발판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올해 세븐과 빅마마가 일본에 진출한다. 태국에서는 세븐의 앨범이 발매 1주일 만에 10만장이 팔렸다. 우리 가수들에게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다. 올해는 신인보다 기존 가수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에 주력할 것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양현석은 3층 사무실에서 건물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1층에 YG패밀리 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본 기자가 사양했으나 그는 “제 팬들도 아닌데요, 뭘”하면서 끝까지 따라 나왔다. 악수를 나누고 돌아선 순간 뒤늦게 그를 알아본 소녀팬들의 비명이 터졌다. 그는 여전히 인기폭발이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양현석은 ▼

▽1969년 서울 출생 ▽1986년 중학교 3학년 때 백댄서로 데뷔. 그 뒤 박남정의 백댄서 등으로 활약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가수 데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1997년 힙합전문음반기획사로 ‘양군기획’(현 YG엔터테인먼트) 창립. 그 뒤 힙합그룹 지누션과 원타임, 스위티 등을 발굴 ▽2002년 R&B 가수인 휘성 발굴 ▽2003년 빅마마, 세븐, 거미, 렉시 등 히트가수를 연달아 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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