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명예의 전당’ 창설 힘 모아야

  • 입력 2004년 1월 26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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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왕’ 피트 로즈가 ‘창살 없는 감옥’이란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승부도박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시인한 것이 연초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 최다안타(4256개)와 최다출장(3562경기) 기록 보유자인 로즈는 신시내티 감독 시절인 89년 영구제명을 당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이제야 범죄를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서전의 대박을 노린 것이란 얘기도 있고, 현장 복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로즈의 마음을 다급하게 한 것은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86년 선수생활을 그만둔 로즈는 내후년이면 은퇴 20년을 맞는다. 매년 1월 기자단 투표가 실시되는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 시한은 선수의 경우 은퇴 5년부터 20년까지. 올해는 이미 지나갔으니 이제 기회는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20년이 지나도 구제될 수는 있다. 이미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는 회원들의 찬반 투표를 통해서다. 그러나 상황은 로즈에게 극히 불리하다. ‘홈런왕’ 행크 아론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못을 박았다. 로즈로선 차라리 지난 7일 투표 때 후보 자격조차 없는 그에게 15표를 던진 기자들에게 희망을 거는 것이 나아 보인다. 로즈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화제를 국내로 돌려보자. 우리 야구계도 로즈처럼 초읽기에 몰려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은 명예의 전당을 야구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인 1939년에 창설했다.

내년은 한국에 야구가 들어온 지 100주년이 되는 해. 그 동안 충분한 역사와 경륜에 명분까지 쌓았지만 명예의 전당은 여전히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린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지난해 7월 명예의 전당의 전 단계인 명구회(名球會) 설립 추진을 발표했으나 외로운 외침이 되고 있다.

명예의 전당 창설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추진위원회 발족부터 기금 확보, 사무국 창설, 정관 제정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로즈처럼 우리도 꼭 2년 남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야구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점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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