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윤동주, '호주머니'

  • 입력 2004년 1월 16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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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 시집 ‘너의 가슴에 별 하나 빠뜨렸네’(청동거울) 중에서

내가 만일 놀부라면 흥부 동생 저 꼴 못 보지. 네 이놈 흥부야, 호주머니에 든 감자 두 알 냉큼 내놓아라. 흥부 동생 머뭇머뭇 빈주먹 꺼내 보이면, 네 이놈 넣을 것도 없는 주제에 무슨 주머니 사치냐. 북북 호주머니마저 뜯어내어 복주머니 차고 다니겠지.

헌데 뺏어도 뺏어도 다 뺏지 못한 이 허기는 무엇이냐. 온 동네 아이들한테 딴 딱지, 구슬, 도토리, 떡고물, 단추, 눈깔사탕으로 호주머니 가득 채워도 다 차지 않는 이 허기가 무엇이냐. 네 이놈 흥부야, 주머니 다 털리고도 감자주먹 갑북갑북하는 네 마음마저 내놓아라.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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