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예강/교통도 백년대계 생각해야

  • 입력 2004년 1월 1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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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강
서울시는 2004년을 ‘대중교통 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서울의 교통체계를 지하철과 버스 중심으로 적극 바꾸겠다는 것이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중교통망을 만들려면 과거를 반성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하철을 보자. 70년대 초 건설된 지하철 1호선은 물론이고, 그 뒤에 만들어진 서울의 모든 지하철 노선은 지하 1개 층뿐이다. 한국보다 훨씬 먼저 개통된 미국 뉴욕 지하철의 경우 중요노선은 지하 3개 층으로 돼 있어 같은 노선에 층을 달리해 완행과 급행이 운행되고 있다.

우리는 미래의 교통량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적인 안목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애초 지하철 건설 때부터 완행과 급행용을 별개 층으로 만들었더라면 교통난이 훨씬 완화됐을 것이다. 지금 지하철에 지하 2층, 3층을 추가로 건설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이다.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청계천 복원사업도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 청계천은 종로 을지로 퇴계로와 함께 서울의 강북 도심에 위치해 있다. 이 일대는 항상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머지않아 청계천 밑에 도로나 지하철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럴 때에 대비해 청계천 복원과 병행해 하천 밑으로 도로나 지하철이 건설될 것을 염두에 둔 공사를 했으면 한다. 청계천의 맑은 물 아래로 지하도로나 지하철이 지난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이런 준비를 하려면 방수와 구조보강 공사 등의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많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백년 천년 대계를 생각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이 시민에게 자연환경을 되돌려줄 뿐 아니라 과밀한 서울의 교통지옥 해소에 도움을 줄 미래의 인프라 건설까지 감안한 미래지향적 사업이 됐으면 한다.

이예강 전 은행원·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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