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의 여행이야기]최후의 원시부족 '다니족'을 찾아서(1)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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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족 남자와 여자의 모습. 남자는 호림 또는 코데카라고 불리는 기다란 대롱을 성기에 꽂아서 그 끝을 실로 묶어 허리에 매달고 다닌다.
다니족 남자와 여자의 모습. 남자는 호림 또는 코데카라고 불리는 기다란 대롱을 성기에 꽂아서 그 끝을 실로 묶어 허리에 매달고 다닌다.
여행이란 일상생활에서 겪어보지 못하는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해 준다.

사람도 그렇고 언어,음식,주거생활 등 새롭고 낯선 세계를 찾아나서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다. 때로는 즐겁고 쾌적한 여행도 되지만 어떤 여행은 괴로움과 고통을 동반하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것이 새로운 경험을 맛 본다는데 공통점이 있으며 여기에 치르는 댓가가 크면 클수록 그 여행의 의미가 더욱 값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에서 그린랜드 다음으로 큰 섬인 뉴기니아섬은 적도 바로 아래에 동서로 2400km, 남북으로 740km에 걸쳐서 자리잡고 있다. 그중 동쪽 반은 독립국가인 파푸아 뉴기니이며 서쪽 반은 이리안자야로서 인도네시아 영토에 속한다.

이리안자의 한복판에는 아직도 석기시대의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다니족이 살고있다. 다니족이 살고있는 발리엠계곡은 길이가 60km, 폭이 16km에 이르며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다.

주변은 험한 산악지대과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둘러 쌓여 외부와는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발리엠계곡의 다니족이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83년 미국의 탐험가 Archbold에 의해서 였다.

Archbold가 이 지역을 발견하기 전에도 네덜란드 탐험대가 이 근처를 지나갔지만 험한 지형때문에 빗겨갈 정도로 접근하기가 힘든 곳이었다. 내가 1993년에 처음 이 지역을 찾아갔을 때만 해도 산허리에 짙게 걸친 구름층을 뚫지 못하여 두 차례나 되돌아와 자야푸라의 센타니공항에서 이틀이나 발이 묶이기도 하였다.

이곳을 수상비행기로 비행하다 발견한 Archbold는 네덜란드인 Teerink와 탐험대를 조직하여 이곳에 첫 발을 내딛게 된 이래 많은 탐험대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탐험대를 대신하여 선교사들이 찾아들게 되었다.

발리엠계곡에서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길은 아직도 이리안자야의 수도인 자야푸라와 발리엠계곡의 와메나를 잇는 항공로가 유일한 교통 수단이다. 와메나는 발리엠계곡의 중심이며 소형여객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짧은 활주로가 있다.

발리엠계곡은 길이 60km, 폭이 16km에 이르는 넓은지역이다. 위도상으로는 적도 바로 아래의 열대지방 이지만 습도는 낮고 해발 1700m의고지대에 있어서 밤에는 기온이 급히 떨어져 한기를 느끼게 된다.

다니족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이들의 옷차림이다. 옷차림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게 이들은 거의 나체로 지낸다. 남자는 호림 또는 코데카라고 불리는 기다란 대롱을 성기에 꽂아서 그 끝을 실로 묶어 허리에 매달고 다닌다.

여자들은 밀짚으로 만든 치마를 입고 있을 뿐이다. 아니 입는다는 표현 보다는 아슬아 슬하게 엉덩이에 걸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남녀 모두 우리들 시각으로 보면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남자들의 유일한 장식구인 코데카는 박종류에 속하는 과실로서 그 속은 파먹고 속이 넓은 것은 물통으로 사용하며 가늘고 기다란 것을 코데카용으로 사용한다. 공기가 찬 밤에도 그대로 잠을 자며 몸의 체온을 보호하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다.

선교사들이 발리엠계곡에 들어와 선교를 한지 30년이 지나고, 외부 문명이 도입되어 가장 외부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와메나에는 많은 다니족들이 옷을 입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코데카 차림으로 마을을 활보하고 다니는 다니족은 전혀 외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것 같았다.

와메나에서 외곽으로 갈 수록 옷을 입은 다니족은 줄어든다. 와메나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지위카라는 마을에 들르면 '무미'라고 불리는 미라가 있다. 몇 년전 한 방송국에서 방영한 다니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원주민 말로 '무미'라고 부르며 약 200년 된 것이라고 소개를 하였지만 내가 알기에는 '무미'는 선교사들이 사용한 영어의 'Mummy'에서 유래 된 것이고 나이와 세월, 숫자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들한테 200년이 되었다는 말은 잘 믿어지지 않는다.

다니족 청년의 안내로 지위카마을에 도착하니 마을의 원로가 다가와 "와,와"하며 악수를 청하는 폼이 벌써 이 마을은 외지사람한테 많이 시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니족과의 대화는 와메나공항에서 소개받은 포터 겸 가이드인 다니청년을 통하여 영어로 하는데 Fredy라는 이 청년은 선교사한테 영어를 배워 매우 유창한 영어를 하였지만 읽고 쓰는 것은 매우 서투르고 사고방식이 단순하여 폭넓은 대화는 할 수 없었다.

지위카마을은 이 미라를 보기 위하여 많은 여행객들이 들르는 곳으로 미라를 보기 위해서는 기부금을 내놓아야 한다. 다니족은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원칙으로 하지만 마을에 큰 공헌을 한사람이나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사람은 화장을 않고 미라로 만들어 마을의 수호신으로 삼았는데, 이들의 조상인 무미는 요즘에는 후손의 수입에 큰 보탬을 해주어 개방된 사회에서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마을을 수호해 주는 셈이 되었다.

발리엠계곡에는 지위카 외에도 다른 마을에서 조상의 미라를 보존하고 있지만 지위카의 것이 가장 보존상태가 좋다. 이들의 미라는 시신을 건조시켜 연기에 그을려서 숯덩이처럼 새까만 것이 특징이다.

다니족한테는 죽음과 관련하여 몇가지 특이한 풍습이 있다. 다니족의 여자들은 남편이 죽으면 애도하는 뜻으로 얼굴에 진흙칠을 하고 다녀 과부임을 표시한다. 또 한가지 풍습은 여자들은 가까운 친척이 죽으면 손가락을 자르는 것이다. 보통 왼손의 바깥 두 손가락이 많이 희생이 되는데 일하는데 지장을 덜 주는 손가락을 택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손가락을 자르기 전에 끈으로 잘라 낼 손가락을 단단히 동여매어 혈액순환을 차단하는 것으로 마취를 대신하여 도끼로 자르고 잘려진 손가락은 건조시킨 후에 불에 태운다고 한다. 다행히 이 풍습은 많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지금도 길거리에 다니는 많은 여자들 중 제법 나이가 든 사람의 경우 열 손가락이 온전한 사람은 없었다.

이들의 풍습 중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식인풍습(Cannibalism)이었다. 지금도 선교사들의 영향이 미친 지역 내에서는 안전하지만 좀 더 외진곳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식인풍습을 갖고 있다며 Silas는 그의 경험을 겻들여 설명을 하였다. 다니족의 식인풍습에는 재미있는 내력이 있다. 다니족들은 사람의 죽음을 마법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여 유가족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잡아먹어서 복수를 해야한다고 믿는데 그 대상은 다른 부족이 될 수 밖에 없었으며 근래에는 선교사들이 많이 희생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희생자로는 1968년 미국인 선교사 Masters 와 호주인 선교사 Stan Dale이 산행도중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곳에서의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대부호이자 전 뉴욕주지사였던 록펠러 주지사의 아들도 뉴기니아의 남쪽 Asmat 지방에서 실종되어 식인풍습으로 희생된 것으로 결론이 났었다.

와메나지역을 여행하려면 자야푸라에서 사전에 경찰에 신고를 하고 Surat Jalan이란 여행허가서를 소지하고 와메나에 도착하면 제출해야 한다.

또 발리엠 계곡의 여러 부락에는 외지인은 반드시 사인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러한 조치들이 외지인의 실종에 대비하여 행적을 추적하기 위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Surat Jalan은 여행을 마치고 자야푸라의 센타니공항에 도착하면 그곳 경찰한테 반납하게 되어있다.

지위카 마을에서 방명록에 서명을 하였는데 대부분의 방문객은 네덜란드와 프랑스 사람들이 많았으며 오히려 가까운 아시아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지위카마을에서는 미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움막을 공개하고 다니족의 전통춤을 보여주어 마치 우리 나라의 민속촌과 같은 구실을 하고 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모이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만든 마을은 아니다.

이들이 보여준 춤의 내용은 밭에서 일하는 여자를 뺏어 가려는 다른 부족으로 부터 보호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김동주/김동주치과의원장 drkimdj@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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