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인테리어]동서양이 함께 숨쉰다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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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갤러리의 외관과 내부 전경. 외관은 도시적인데 반해 내부는 고요하고 아늑한 느낌이다.사진제공 SKM디자인

서울 성북동 갤러리의 외관과 내부 전경. 외관은 도시적인데 반해 내부는 고요하고 아늑한 느낌이다.사진제공 SKM디자인


패션은 취향과 감성을 드러낸다. 옷이 사람의 패션이라면 인테리어는 집의 패션이다.

‘SKM 디자인’ 민성진 소장(39)의 첫인상은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키아누 리브스)’ 같았다. BMW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 그는 검은색 가죽 잠바에 날렵한 맵시의 ‘오클리’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성북동 갤러리, 화동 서미아트 갤러리, 서초동 대상 아크로비스타, 한남동의 몇몇 재벌가 저택 등 그가 디자인한 인테리어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세련됐다. 넉넉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부터 1994년 귀국할 때까지 줄곧 미국에 살았던 그의 이력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사람이 중심이다

그의 인테리어 원칙은 ‘라이프 스타일에 충실하게, 사람이 돋보이게’로 요약된다.

인테리어가 벽지 색상이나 식탁보를 바꾸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일단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주방의 구조가 불편했다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고치고, 음악을 좋아한다면 음향시설과 방음에 각별히 신경쓰는 식이다.

그는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49평형에 산다. 그는 안방과 일자로 연결돼 있던 건넌방의 벽을 터서 가족 서재로 꾸몄다. 가족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한강이 보이는 안락한 서재에서 보낸다. 집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야 하는 인테리어는 거꾸로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고급 취향의 건축주일수록 건축과 인테리어를 함께 주문한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켰을 경우에는 방 이 많을 필요가 없고 그 대신 안방 기능을 늘린다. 전반적인 실내 분위기는 가능하면 차분하게. 동양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모던하게 해석한 가구를 최소한으로 두고 대신 예술 작품을 들여놓는 경우가 많다. 민 소장은 그래서 미술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아트 컨설턴트 역할도 한다.

서초동 대상 아크로비스타 대형 평수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할 때에는 넓은 공간 중간에 한 쪽이 트인 부분 벽을 두어 공간을 분할하면서도 왕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남동 K그룹 명예회장 집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가족이 모여 실내악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홀 기능의 거실을 만들었다.

(왼)서울 한남동 K그룹 명예회장 자택의 거실. 가족이 모여 음악을 감상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했다.사진제공 SKM디자인,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서초동 대상 아크로비스타의 안방. 부분 벽을 설치해 부부의 개인 공간을 두었다.사진제공 SKM디자인

●철학이 있는 퓨전

그는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베트남 스님 틱낫한을 꼽는다. 그에게 건축과 인테리어는 과학과 예술이 정교하게 결합되는 분야일 뿐 아니라 서양과 동양의 관념이 적절히 공존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동양사상을 그림에 풀어낸 한국 화가 장욱진과 팝아트 계열 서양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를 흠모하는 예술가로 동시에 열거하거나 차가운 느낌의 메탈 소재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하는 것 처럼.

그가 지난해 작업한 성북동 갤러리와 화동 서미아트 갤러리는 그런 성향을 잘 드러낸다. 성북동 갤러리의 외관은 밝은 메탈 재료로 물결치는 모양을 형상화해 감성적인 데 반해 서미아트는 어둡고 차분한 재료로 절제감을 준다. 그러나 실내 느낌은 정반대다. 성북동 갤러리는 내부 소재가 단풍나무 목재로 돼있고 안마당에 나무가 심어져 있어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서미아트 내부에는 H빔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거칠고 현대적이다.

캐나다 건축가 프랭크 O 게리의 혁신적 디자인을 존경한다는 그는 아내와 함께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압구정동 번화가를 산책하면서 디자인 구상을 한다고 했다. 상점의 변화, 사람들의 표정이야말로 살아있는 디자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 민성진 소장

남캘리포니아대(USC) 건축학과 졸업

하버드대 대학원 석사

SKM디자인 소장(현)

○ 주요 작품

서울 성북동 갤러리

서울 서초동 대상 아크로비스타

부산 당감지구 주공아파트

숭실대 형남공학관

상암기획 사옥

서울 한남동 K그룹 명예회장 자택

서울 한남동 D그룹 회장 자택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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