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인테리어]'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단순함이 아름답다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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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한센

프리츠 한센

이음새 없이 하나로 연결된 나무 의자, 만들다 만 것 같은 묵직한 철제 포크와 수저, 날씬한 연필을 세워놓은 듯한 오디오 스피커….

간단하면서도 세련돼 보이고 미완성인 듯하지만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단색, 메탈 계열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요즘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킹과 안데르센, 맥주로도 유명한 북유럽 국가 중 ‘산업디자인 강국’ 덴마크에 다녀왔다.

산 하나 가로막힘 없이 드넓게 펼쳐진 지평선, 그 아래로 짙은 고동색 토양과 진록색의 목초지. 흰색 뭉게구름과 잿빛 구름이 군락을 이룬 파란 하늘.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종주국 덴마크를 찾은 첫 느낌은 ‘심플함’이었다. 안데르센의 동화마을을 머리에 떠올리며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맛을 기대했지만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된 초겨울 바람과 단조로운 전원 풍경이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온화하기보다는 차갑고, 조화롭기보다는 독립적인, 블랙과 메탈로 상징되는 북유럽풍의 스타일이 자연환경과 관계있다는 느낌은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 시작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단순함과 실용성이 특징. 겨울이 길면서도 ‘밤의 문화’는 거의 없는 이곳의 라이프 스타일은 간편하지만 고장 없고 물리지 않는 제품을 제작하는 가내수공업을 발달시키기에 충분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들 업체들은 길게는 수십년에 한 번 디자인을 교체한다.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로 50여분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 스트루어 초지 한복판에 세워진 뱅앤드올룹슨 공장. 마니아들에게 ‘오디오의 BMW’라 불리는 수천만원대의 오디오를 생산하는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박했다.

오디오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루이스는 디자인을 자주 바꾸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화려함보다는 생활과 어울리는, 사용하기에 편리한 디자인을 먼저 생각한다. 맞춤복이 기성복보다 오래가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코펜하겐 디자인센터에서는 덴마크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베너 펜톤의 디자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알록달록한 실험적인 색상의 패브릭 제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의 디자인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관 ‘팬터지 랜드’.

온통 파도 모양의 올록볼록한 패브릭 쿠션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감싸고 있다. 마치 종유석이 자란 석회암 동굴이나 비강 해면체의 단면도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얼핏 보면 그저 실험적이기만 해 보이지만 디자인의 곡선은 인체의 곡선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실용성의 극치를 이룬다. 이런 곡선의 디자인은 의자나 소파 등 가구에 다양하게 적용된다.


스트루어=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프리츠 한센(아네 야곱슨 디자인)

밑받침과 등받이가 하나로 이어진 나무 의자 Ant(1951년·사진 오른쪽 끝)와 Series7(1955년). 반세기가 다 된 디자인이지만 수많은 모방품들을 낳으면서도 아직까지 오리지널의 고고함을 지키고 있다. 건축가이기도 한 아네 야곱슨(1902∼1971)은 덴마크 디자인에 모던한 감각을 도입한 디자이너로 꼽힌다.

●조지 젠슨(조지 젠슨 디자인)

아무런 무늬나 장식 없이 은색 액체가 흘러나와 굳은 듯 간결한 커틀러리(사진·포크 스푼 케이크용 칼). 미완성품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디자인이 간결하고 마무리가 깔끔하다. 1904년 은세공을 하던 조지 젠슨(1866∼1935)이 직접 만들었다. 개인주의적 라이프 스타일과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25∼40세의 여성이 대상.

●린드버그(한스 디싱 디자인)

스프링 같은 철사 이음새가 독특한 에어티타늄 시리즈. 나사나 경첩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 티타늄을 처음 사용했으며 무게가 2.7g에 불과한 것도 있다. 빌 게이츠, 스티븐 스필버그, 요요마의 안경으로도 유명. ‘가볍고 심플한 안경’을 기치로 건축디자이너 한스 디싱이 80년대 말 디자인했다.

●비트라(베너 팬톤 디자인)

치마 입은 여인이 앉아있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플라스틱 의자 팬톤(1959년). 조명기구, 직물 디자이너로 유명했던 베너 팬톤(1926∼1998)이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몰딩기법을 처음 시도했다. 과감한 원색 패브릭과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 시리즈를 만드는 등 덴마크에서 가장 실험적인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뱅앤드올룹슨(데이비드 루이스 디자인)

풍뎅이를 닮은 오디오 비오센터(BeoCenter)2와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스피커 비오랩(BeoLab)5. 특히 비오랩5에는 공간지각 자동음향조절기능(공간형태에 따라 음향이 조절되는 기능)이 처음으로 채택됐다. 독특하고 깔끔한 디자인만큼이나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뱅앤드올룹슨은 엔지니어 출신 뱅과 올룹슨이 1925년에 만든 회사. 디자인은 사내 독립조직인 ‘아이디어 랜드’에서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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