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김경미/“경비아저씨 존경합니다”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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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바쁜 아침 출근길마다 항상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분이 있다. 바로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다. 이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아침 출근길, 인자한 얼굴의 아저씨는 손에 빗자루를 든 채 먼저 이웃에게 인사를 건넨다. 지난해 겨울부터 계속되는 일이다.

눈 내린 겨울날, 아파트 주민이 출근하기 위해 승용차 앞 유리의 얼어붙은 눈을 치우려 하면 그 아저씨는 경비실에서 주전자를 들고 나와 뜨거운 물을 붓고 유리를 깨끗이 닦아주곤 했다. 겹겹이 주차된 승용차로 인해 차를 빼지 못할 때도 아저씨는 만사를 제쳐놓고 뛰어나와 도와준다.

얼마 전 연락도 없이 조카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필자가 외출해 문이 잠겨 있었다. 조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니 아저씨가 다가와 “길이 엇갈릴 수도 있으니 경비실에서 기다리라”며 경비실에서 편히 쉬도록 해줬다고 한다. 조카는 이날 아저씨로부터 저녁 대접까지 받았다니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이보다 더 따뜻한 마음 씀씀이는 없을 듯싶다.

언젠가 퇴근길에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저씨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화단 옆에 모여 있었다. 필자는 아무 생각 없이 먼저 집으로 들어왔다가 몇 시간 후에 밖으로 나가보니 아저씨는 그때까지 계속 혼자 서 있는 게 아닌가. 이유를 물으니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휘발유가 새어나와 일단 모래를 뿌리고 흙으로 덮어놓았는데 혹시라도 누군가가 지나가다 담배꽁초를 버릴 경우 화재 위험이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교대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저씨는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신 뒤 경비로 재취업했다고 한다. 늘 직장에 다니던 습관이 몸에 배어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한다는 아저씨 덕분에 우리 이웃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휴지를 스스로 줍고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항상 겸손하고 음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아저씨처럼 한국사람 모두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김경미 전북 군산시 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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