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창원/중도금 무이자대출의 함정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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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분양·미계약 아파트가 늘면서 주택건설업체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서비스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은 외환위기 이후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내놓은 미끼 상품. 당시만 해도 적용 대상은 입지여건이 떨어지는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 한정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자 건설업체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분양아파트 대금은 통상 2 대 6 대 2의 비율로 나눠 낸다. 계약금으로 총분양가의 20%를 내고 잔금(20%) 전에 4∼6회에 걸쳐 중도금(60%)으로 납부한다. 여기서 중도금은 서민에게 여러 가지로 큰 부담이다. 계약금이야 저축자금으로 충당하고 잔금은 전세보증금으로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금은 뚜렷한 대책이 없다. 이 때문에 건설사가 대출이자를 책임지고 원금만 입주 후에 갚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은 여러모로 서민의 구미를 당긴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은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이다. 계약금만 확보하면 추가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으면서 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 2년간 부동산 시장은 중도금 무이자를 이용한 가수요가 늘면서 유례 없는 호황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중도금 무이자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매매는 물론 전세 거래까지 거의 중단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시세차익만 보고 빠지려 했던 가수요자에게는 낭패일 수밖에 없다. 중도금대출 상환과 잔금 압박이 일시에 몰려오는 데다 잔금을 제때에 내지 못하면 높은 이자율의 위약금마저 물어내야 할 형편이다.

중도금 무이자의 또 다른 함정은 대출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아파트 분양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사 도중 건설회사가 부도를 내면 분양이 지연되지만 대출상환 부담은 모두 떠안아야 한다. 주택회사가 부담키로 한 중도금 대출이자가 사실은 분양가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무늬만 무이자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에는 그만큼 위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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