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석호/반토막 난 코스닥 살리려면…

  • 입력 2003년 8월 19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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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전후의 증시는 여러 악재가 겹쳐 분위기가 몹시 어두웠다. 무겁게 내려앉은 증권거래소 시장에 비해 코스닥 시장은 사정이 좀 나았다.

연초부터 실적 좋은 인터넷 주식들의 값이 오르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5월 이후에는 코스닥에 이어 거래소 시장으로 불이 옮아 붙었다.

거래소 12월 결산 기업들의 2·4분기 실적은 1·4분기보다 나빴다. 반면 코스닥 등록 기업의 2·4분기 실적은 직전 분기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시장의 전체 사정을 나타내는 코스닥지수는 여전히 반토막이다. 1996년 7월 1일 100으로 시작한 지수는 정보기술(IT) 버블을 타고 2000년 초반 300에 가깝게 올랐다.

그러나 산이 높으니 골도 깊었다. 버블이 꺼지며 그해 9월 100을 깨고 내려와 지금껏 50 아래를 헤매고 있다.

버블에 가려졌던 기업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졌고 투자자들은 신뢰를 버렸다. 덩달아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좋은 회사들은 거래소로 ‘둥지’를 옮겼다.

18일 현재 외국인은 거래소 주식에 114조1225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 주식에는 거래소에서의 4.36%인 4조9777억원만을 투자할 뿐이다.

외국인은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과 함께 안정성과 투명성도 많이 따진다. 특히 기업지배구조가 나쁘고 회계가 불투명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낮은 투명성이 최대 약점인 코스닥 시장을 구하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전문가들이 권하는 시장 친화적인 묘안이 있다. 투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차별하라는 것이다.

한국증권연구원 한상범 연구위원은 현재 하나인 코스닥지수를 ‘K클래스’와 ‘S클래스’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K클래스에는 실적이 좋으면서 기업지배구조와 투명성을 국제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기업들이 들어간다. 별도의 지수도 만들어 발표한다.

숭실대 경영학부 장범식 교수도 “코스닥 등록 기업들의 투명성 지수를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공개하자”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은 그동안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등 ‘자기 정화’에 노력해 왔다. 새 제안에도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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