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선기자의 여행스케치]북한강 카약카누마을 어부체험

  • 입력 2003년 6월 18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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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무더워지는 여름.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도 좋지만 잔잔한 강물에서 색다른 물놀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보기만 해도 평화롭고 시원한 북한강 카누카약마을에서 올해 처음 선보인 이색적인 어부체험과 무인도 탐험을 통해 올여름 더위를 확 씻어보자. 》

뜨거운 여름에는 뭐니뭐니 해도 시원한 물놀이가 최고다. 그래서일까?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은연중에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그러나 메뚜기도 한철이듯 성수기를 맞은 바다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하여간 바닷물에 몸 한번 담그려면 그 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 밀리는 길도 그렇거니와 바글바글 몰려든 인파를 보면 이건 바다가 아니라 그 옛날, 설을 하루 앞둔 공중 목욕탕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니….

 

하지만 물이 어찌 바다에만 있으랴. “하늘은 파랗게~ 강물도 푸르게~ 실바람도 불어와~”라는 노래도 있듯 시원한 물 맛을 보기에는 강물도 제격이다. 특히 서울 근교에 있는 북한강 주변에는 수상스키를 비롯해,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발보트 등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각양각색의 수상스포츠 시설이 적잖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카누카약마을이다. 이곳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어부체험’과 ‘무인도 탐험’이라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마련,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물론 위에 열거한 각종 수상스포츠는 기본 코스.

직접 노를 젓는 카누 카약 타고 찾아가는 무인도

카누카약마을에서 2km 쯤 떨어진 곳에 길쭉한 모양의 두개의 섬이 떠 있는데 그곳이 바로 무인도다. 물론 가끔 영화에서 보듯 망망대해에 떠 있는 ‘오리지널’ 무인도를 떠올린 사람들은 “애걔~ 저게 무슨 무인도야” 싶겠지만 어떻든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인 이상 무인도는 무인도 아닌가. 원래 이곳은 섬이 아닌 육지였다. 그러나 청평댐이 생기면서 수몰지구가 되어 본의 아니게 무인도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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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카약마을 수상데크에서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어 모터보트로 달리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닿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의 무인도 탐험을 그렇게 싱겁게 할 수는 없는 일. 그동안 전문 선수들이나 타는 것으로 알고 있는 카누와 카약을 레저용으로 정식 허가를 내어 타는 사람들이 손수 노(패들)를 저어 가기 때문에 오고 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땀 흘리며 가는 만큼 무인도 탐험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게다가 카누 카약은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모터보트와는 달리 사람의 손으로 움직이는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 아닌가.

 카누카약마을 부근에는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카누와 카약의 차이는 노에 달려 있다. 한쪽에만 날이 달린 외날 노를 사용하면 카누, 양쪽 끝에 날이 날린 양날 노를 사용하는 것이 카약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양날 노가 외날 노보다는 젓기가 훨씬 수월해 초보자들은 카약을 타는 것이 좋다. 카누나 카약은 보통 1~3인용이 있는데 외국에서는 낚시용이나 항해용으로 사용, 이것을 타고 강줄기를 따라 긴 여행을 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있다고.

길고 좁은 배 모양이 언뜻 불안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안전한 게 바로 카누 카약이다. 물에 대한 공포심이 유난히 많은 기자가 “이것도 해본 사람이나 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주춤거리자 카누카약마을 관계자는 “노 젓는 요령만 알면 어린아이들도 쉽게 탈 수 있는 것이 바로 카누 카약”이라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노 젓는 요령을 들은 후 조심스럽게 카약에 올랐다. 오른쪽 왼쪽으로 한번씩 요령대로 저으니 스르르 배가 움직이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처음 불안하던 마음과는 달리 날렵한 배는 조금도 기우뚱거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부드럽게 강을 가로지르며 나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얼굴을 살살 스칠 때마다 그 시원한 느낌이 그야말로 끝내준다. 생전 처음 노를 저어본 터라 강 한복판에 이를 즈음 팔이 뻐근해져온다. 노를 젓다 힘들면 잠시 노를 접어두면 된다. 굳이 노를 젓지 않더라도 강 한복판에서 두둥실 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은 그만이다.

강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새삼 이채롭게 느껴졌다. 나무도 초록색이요 강물도 초록색이다 보니 마음까지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드는 듯싶다. 특히 강물 위에서 산을 바라보니 둥그스름한 산등성을 따라 가발을 씌워놓은 것 같다. 마치 곱슬곱슬한 아줌마 퍼머 머리에 초록색으로 염색한 것 같은 그런 가발….

타기 전엔 “대부분의 아이들이 처음엔 아버지와 함께 2인용 카약을 타지만 얼마 되지 않아 혼자 타겠다며 1인승으로 옮겨간다”는 카누카약마을 김태영씨(40)의 말에 설마 했는데, 이즈음 되고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개의 무인도 중 한곳은 직접 들어가 산책도 할 수 있지만 다른 한곳은 겉에서 그저 바라만 봐야 한다. 황새를 비롯해 두루미, 백로 등 귀한 새들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생태보호 차원에서다. 섬 가까이 가보니 정말이지 수많은 새들이 푸드득거리며 둥지와 하늘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어떤 나무에는 10여개가 넘는 새들의 둥지가 달려있다. 흔히 나무 하나에 한두개 놓여 있는 둥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람들이 사는 집으로 치자면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 같은 느낌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아울러 산책할 수 있는 무인도에 들어가 보니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지천으로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었다. 이곳에선 간간이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취재 당일에도 10여명의 직장인들이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게임을 하기 때문에 더 실감이 난다는 것.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거나 야생화를 짓밟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고 하지만 자연보호 차원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저 슬슬 산책하면서 흙냄새, 풀냄새를 맡으며 자연의 싱그러움을 맛보는 것 차체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카누카약마을에서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이 같은 코스를 묶어 무박일정 프로그램을 짜놓았다. 오전 11시부터 카누, 래프팅, 수상스키 교실을 연 후 오후 1시에 카약을 타고 무인도에 들러 자연학습체험과 조류탐험을 하고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시간. 비용은 1인당 4만원 정도다. 물론 어른들도 참가할 수 있다. 카약을 타다 보면 바지가 젖는 경우가 있으므로 여분의 반바지를 준비해야 한다.

만일 이곳에서 1박을 할 경우 민박을 비롯해 강의 경치가 한눈에 보이는 강변리조텔 등을 연결해주어 숙박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저녁에는 서비스 차원에서 실비로 바비큐 파티도 열어준다.

진짜 어부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가 고기 잡는 ‘어부체험’

어부체험은 보통 해질 무렵에 시작된다. 이곳에서의 어부체험은 단순히 고기 잡는 흉내를 내는 차원이 아니다. 실제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어부들과 함께 저녁에 배를 타고 나가 같이 그물을 치고 다음날 새벽에 나가 같이 그물을 걷어올리는 ‘오리지널 고기잡이’ 체험이다. 때문에 적어도 1박2일 일정은 잡아야 이곳에서 어부체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도심 근교에서 고기잡이 배를 타고 어부체험을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카누카약마을 앞에 있는 무인도는 황새를 비롯해 각종 새들의 서식지로 조류탐험을 하기에 제격이다.

이곳에서 주로 잡히는 고기는 피라미, 쏘가리,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모래무지, 잉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고기도 의외로 많이 걸려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그 중에서 모래무지나 잉어가 걸리면 소위 말해 ‘왕건이’를 건졌다고 한다. 그렇게 잡은 고기로 아침에 매운탕을 끓여 먹을 수도 있고 원한다면 집으로 가지고 갈 수도 있다.

취재 일정상 다음날 새벽 그물을 걷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해질 무렵 그물을 치는 것은 직접 체험해보았다. 무엇보다 지름 5cm 크기의 쇠막대에 가지런히 걸린 그물을 제대로 풀어넣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물이 얽히면 고기 잡는 건 다 틀린 일이기 때문. 천천히 움직이는 배를 따라 강물 안으로 그물을 풀어넣으니 스스로 강물로 빨려 들어갔다. 대략 30m 정도 되는 길이의 그물을 다 풀어넣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그래도 어부체험을 하러 온 건데…. 직접 잡은 기쁨을 누릴 수는 없었지만 손에 비늘이라도 묻혀봐야 한다는 마음에 다른 이가 잡아놓은, 잉어를 들어보았다. 월척에 가까운 크기로 손끝이 묵직한 게 괜시리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 순간 팔뚝만한 잉어가 갑자기 푸드득 거리는 바람에 강물에 빠뜨릴 뻔해 식은 땀이 다 났다. 휴~ 하마터면 다 잡아놓은 고기 놓쳐 엄청난 눈총을 받을 뻔했다.

그물을 치고 돌아오면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면서 가평대교 위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진다.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퍼질 때의 풍경은 햇살 아래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그 뒤로 놓여 있는 철교 위로 간간이 기차가 지나기라도 하면 왠지 모를 어릴 적 향수가 묻어나기도 하는 곳. 올 여름엔 가족과 함께 카누카약마을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문의 033-263-6136

◆ 이런 것도 있어요! ◆

카누카약마을 시골학교 캠프

카누카약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가면 이제는 폐교된 작은 분교를 둘러볼 수도 있다. 비록 아담한 운동장에 몇가지의 운동기구는 녹이 슨 채 방치되어 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학교 캠프를 열 예정이다. 반딧불이도 볼 수 있고 학교 옆 작은 개울에서 고기잡이도 가능하다. 또한 이곳에는 순둥이 강아지들도 많아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듯싶다. 앞으로 뒷산을 이용해 담력 코스를 개발할 계획도 마련되어 있다. 아담한 교실을 이용한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일정기간 동안 자연학습 체험을 하기에도 좋아 도심에서만 자란 아이들에겐 색다른 공간이 될 것이다.

■ 글·최미선 기자

■ 사진·홍상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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