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82>削 髮(삭발)

  • 입력 2003년 6월 15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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削 髮(삭발)

削-깎을 삭 髮-터럭 발 慣-버릇 관

恥-부끄러울 치斬-목벨 참 斷-자를 단

民族(민족)마다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觀念(관념)과 行爲(행위)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多衆(다중)이 함께 따르고 지킬 때 우리는 그것을 慣習(관습)이라고 한다. 각 民族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慣習도 다르게 되는데 그 중에는 肉身(육신)에 대한 觀念이 있다. 곧 특별히 중시한다거나 羞恥心(수치심)을 느끼는 신체부위가 각기 다를 수 있는 것이다. 하기야 내 한 몸 중시하지 않는 民族이 어디 있으랴마는 우리나 중국사람만큼 肉身을 중시하는 民族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身體髮膚(신체발부)는 受諸父母(수제부모)라, 不敢毁傷(불감훼상)이 孝之始也(효지시야).’(우리 몸의 터럭과 살갗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니만큼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孝의 첫 걸음이니라.)

儒家(유가) 13經 중 하나인 孝經(효경) 첫머리에 보이는 대목으로 옛날 양국에서는 信仰(신앙) 이상으로 받들어져 왔던 德目(덕목)이다. 孝를 五倫(오륜)의 으뜸이자 ‘百行之先’(백행지선)으로 여겼던 마당에 그것을 실천하는 ‘첫 걸음’으로 보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니 각종 재미있는 문화현상이 나오게 된다. 중국의 인사말 ‘니好’(니 하오)는 직역하면 ‘당신 좋습니까?’가 되는데 육체, 곧 ‘몸의 상태’를 묻는 것이다. 이 같은 肉身중시관념을 고약한 위정자들이 재빠르게 刑罰(형벌)에 이용하였으니 이른바 肉刑(육형·몸에다 상처를 내는 刑罰)이 그것이다. 중국의 五刑(오형)은 하나같이 몸뚱어리에다 흠집을 내는 것인데 가벼운 것으로 이마에 먹을 치는 경(경)에서부터 코를 베는 의(의), 발꿈치를 잘라내는 (왈,월)(월), 성기를 자르는 腐刑(부형), 마지막으로 斬刑(참형)이 있었다. 그러니 감옥에 몇 년 가두는 정도는 지금의 경범죄에 해당되는 셈이다.

털끝 하나 함부로 다루면 안 되었으므로 머리카락도 생명처럼 중시되었다. 자연히 刑罰도 있었는데 곤(곤)이 그것이다. 옛날 중국에서 罪囚(죄수)의 머리를 깎아버렸던 刑罰로 그런 刑罰을 받은 자를 곤者(곤자)라고 했으며 罪가 좀 더 무거우면 머리를 깎은 다음 목에 칼을 채웠는데 그것을 곤鉗(곤겸)이라 하였다.

시대가 바뀌면 觀念도 바뀌기 마련이다. 성형수술이 성행하는가 하면 머리 물들이는 것은 이제 유행이 되었다. 게다가 요즘은 항의의 표시로 削髮까지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장면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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