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16일 대장정 마치는 뮤지컬 '장보고'

  • 입력 2003년 3월 12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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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장보고' -동아일보 자료사진
뮤지컬 '장보고' -동아일보 자료사진
‘장보고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1995년 국내에서 초연된 후 2002년까지 24개국 26개 도시 해외공연을 마친 뮤지컬 ‘장보고’가 16일 서울 공연을 끝으로 대장정을 일단락 짓는다. 극단 ‘현대극장’은 2월부터 약 3주에 걸친 서울 공연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뮤지컬 ‘장보고’의 최종 완성판을 선보인 후 또 하나의 역사 뮤지컬인 ‘팔만대장경’에 주력하게 된다.

뮤지컬 ‘장보고’는 신라시대에 동북아 해양대국 건설을 시도했던 장보고를 소재로 동양의 춤과 선율을 화려하게 펼치며 특히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작년 10월 프랑스 파리 공연에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프랑스 공연계의 장벽을 뚫고 파리의 중앙 무대에 올려졌을 뿐 아니라 까다롭기로 유명한 파리 언론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환상적인 보라색 바탕에 흰 구름이 흐르는 듯한 배경을 뒤로하며 장보고의 상여를 떠나보내는 선소리로 시작되는 첫 장면부터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분위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음악과 배우들의 안정된 노래는 한국 뮤지컬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 온 8년의 세월을 짐작케 한다.

한국과 중국의 전통무용, 무예, 승무 등을 이용한 다양한 군무는 ‘동양’의 뮤지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점이 바로 ‘장보고’가 해외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주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다만 줄거리의 전달을 위해 지나칠 정도로 대사에 의존하는 경향은 관객들이 뮤지컬의 매력인 춤과 노래에 빠져드는 데 방해가 된다. 이는 물론 장보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해외의 관객들을 의식한 것이겠지만, 점점 더 역동적인 춤과 노래 및 다채로운 무대미술 중심으로 가고 있는 뮤지컬계의 흐름에는 걸맞지 않다. 더욱이 이번 서울 공연이 ‘한국적 뮤지컬’을 보러 오는 외국인이 아니라 최신 뮤지컬에 익숙해진 국내팬들을 위한 것임을 고려한다면 이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던 셈이다. 또한 민족애와 애국심에 호소하며 ‘영웅’ 장보고를 ‘찬양’하는 장면들이 수 차례 반복되는 것도 이 시대 관객들의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뮤지컬 ‘장보고’는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단지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한국적 뮤지컬’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뮤지컬’로 성장하기 위한 가능성과 과제를 잘 보여준다.

16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토 오후 3시반 7시, 일 오후 3시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 02-762-6194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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