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지영준-배해진, 해발 2800m서 하루 70km 지옥 훈련

  • 입력 2003년 2월 2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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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라톤 최고기록은 고지훈련에서 나온다.’

‘지옥의 고지훈련’을 마친 지영준(22·코오롱)과 배해진(24·서울도시개발공사)이 최근 자신감이 가득찬 얼굴로 돌아왔다.

이들은 겨우내 해발 2500m 고지인 중국의 쿤밍에서 심장이 터져나가는 고통을 견디며 강훈련을 했다. 이들의 목표는 3월16일 열리는 2003동아서울국제마라톤. 각각 한국 남녀 최고기록을 깨트리면서 우승하겠다는 야심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일본의 마라톤 여왕’ 다카하시 나오코는 대회를 앞두고 고지훈련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1베를린마라톤에서 세계 최고기록(2시간19분46초)을 세울때도 미국 콜로라도 볼더(해발 2000∼3500m)에서 강도 높은 고지훈련을 했었다. 전문가들은 고지훈련의 결과에 따라 최대 3,4분은 기록을 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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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들의 동아서울국제마라톤 출사표

해발 2000m 이상에서는 산소가 희박해 평지에서 훈련하는 것보다 몇배는 힘들다. 그러나 지영준과 배해진은 2500∼2880m 고지대에서 평지와 똑같은 강도의 훈련을 모두 마쳤다.

지난해 2시간9분48초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 남자마라톤의 간판으로 떠오른 지영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쿤밍에서 주당 400㎞를 달리는 훈련을 펼쳤다. 많을땐 하루 70㎞가 넘는 거리주를 소화했다. 40㎞ 기록은 2시간15분대. 평지로 따지면 풀코스를 2시간7, 8분대로 뛸 수 있는 페이스다. 이런 상태라면 2000년 이봉주(삼성전자)가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충분히 경신할 수 있을 전망. 문제는 그동안 고지훈련으로 쌓인 피로를 어떻게 풀어주느냐 하는 것. 지영준은 경북 영천에서 회복 훈련과 마무리 스피드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동료 유영진(24·2시간20분30초)도 지영준과 함께 고지훈련을 마치고 2시간 10분대 진입을 벼르고 있다.


여자부의 배해진은 지난해 12월23일부터 이달 24일까지 63일간 ‘지옥’에서 생활했다. “눈물을 한 드럼통은 흘렸어요”가 그의 귀국 첫마디. 그럴만 했다. 새벽 오후로 나눠 하루 최대 70㎞, 주당 350㎞를 달렸다.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도 스트레칭과 근력보강훈련을 해 하루종일 훈련에만 매달렸다.

무엇보다 배해진은 고지훈련으로 스피드와 지구력이 급상승했다. 배해진은 400m 인터벌트레이닝에서 2시간22,3분대 일본 선수들과 똑같은 페이스로 주파했다. 400m 달리고 60초 쉰뒤 다시 400m를 달리는 인터벌트레이닝을 73,4초 페이스로 20번을 모두 주파했다. 이는 평지에서도 힘든 것. 특히 배해진은 최대심박수가 분당 200번까지 치솟는 훈련도 소화했다.

지난해 하프마라톤 한국 최고기록(1시간12분13초)을 세운 배해진은 97년 권은주(삼성전자)가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26분12초) 경신는 물론 2시간23분대까지 넘보고 있다.

팀후배 정윤희(20)도 강도 높은 쿤밍 고지훈련을 잘 소화해 배해진과 함께 한국 최고기록 경신을 노리고 있다.

■고지훈련의 장점은…

마라톤 고지훈련은 혈액내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능력을 키워주는 훈련이다. ‘우리 몸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

산소가 희박한 해발 2000m 고지에서 훈련을 하게 되면 우리 몸은 모자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혈액내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 능력을 키운다.

즉 헤모글로빈 1mg당 산소운반 능력이 평소보다 훨씬 커진다. 물론 평지로 내려오면 다시 산소운반 능력이 줄어든다. 하지만 고지에서 내려온 일정기간 동안 우리몸의 혈액내 헤모글로빈은 고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산소를 운반하려는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보통 고지에서 내려온 후 2∼3주후가 그 절정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소는 체내에 있는 에너지원(탄수화물, 지방)을 태울 때 없어서는 안된다. 마라톤은 레이스 막판엔 탄수화물을 다 소비해 지방을 태워서 에너지원으로 써야하는데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1.4배의 산소가 더 필요하다. 결국 마라톤에선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능력을 키우는게 기록단축으로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개인차, 고지훈련의 기간 등 여러 변수가 있어 고지훈련이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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