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주류가 바뀐다]<7>문학

입력 2003-02-24 19:54수정 2009-10-10 23:1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거대 담론’에서의 탈출, 선배 세대와 완전히 다른 경험으로 정체성을 구축한 젊은 작가 세대의 등장,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의 접합을 시도하는 문예지들의 창간 등. 과거의 그늘에 깊이 잠겨 있던 문학계는 이제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길로 이동하고 있다. 각개 약진해가며 문학의 지평을 풍요롭게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거대 역사로부터의 탈출▼

1970, 80년대의 정치적 상황으로 문학은 억압된 자유를 표현하는 탈출구로 기능했고 ‘후일담 소설’을 비롯한 ‘거대 담론’은 문학 속에서 90년대 초반까지 큰 줄기를 이어왔다. 그러나 그 이후 ‘어두운 과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세대의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사회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삶의 미세한 부분을 정교하게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연재물 리스트로 바로가기

이 작가들이 가진 기본 코드는 리얼리즘과 거대 역사로부터 탈출해 일상과 여성성, 대중문화, 인터넷 등을 문학 속으로 끌어온다는 점. 장편소설의 형식으로 한 시대를 조망하거나 큰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주변의 대상을 섬세하게 관찰, 소설로 형상화해 내고 있다.

90년대 초부터 신경숙(40) 윤대녕(41) 유하(40) 등이 역사에 기대지 않은 일상을 쓰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에는 여성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조경란 천운영 한강 권지예 김별아 등 신진 작가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이들과 함께 성석제(43) 백민석(32) 김영하(35)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사이버적 글쓰기, SF적 상상력을 표방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작가 듀나(30대 초반)가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경험-70년대생 작가들▼

이전 세대와 다른 경험, 다른 의식을 가진 일군의 작가가 등장하고 있다. ‘70년대생, 90년대 학번’이라는 물리적인 요소로 크게 묶을 수 있는 이들은 각기 자신의 경험을 개성적으로 표현하면서 서서히 문단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있다.

김경욱(32) 김연수(33) 김윤영(32) 김종광(32) 백민석(33) 이응준(33) 정이현(32) 천운영(32) 한강(33)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역사적 부채의식이 엷고 인터넷과 대중문화에 친숙하다는 공통분모는 있지만 집단적인 흐름에 묶이지 않고 개체로서 다원화된 양상을 보여준다.

‘영화적 글쓰기를 통한 세대적 자의식의 간접 진술’(김경욱), ‘분신 정국, 전교조 파문 등 세대 경험의 직접적 묘사’(김종광), ‘자신이 속한 세대 주체들의 기원과 발생 과정 정리’(김연수) 등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계보와 깃발을, 각자 문학적 자율성을 갖게 되는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여성 시인의 약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 화제성이라는 측면에서 시는 점차 주변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인과 그들의 시집은 끊임없이 나왔지만, 유하(38) 장석남(38) 세대 이후 남다르게 부각되거나 주목 받은 시인은 많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나희덕(37) 최정례(48) 허수경(39) 김선우(33) 이원(35) 등 90년대 이후 여성 시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의 시는 예전의 서정성을 답습하기보다는 여성적 감수성으로 서정성을 재해석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70년대 말에 등단해 8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한 최승자(51) 김혜순(48) 세대부터 여성 시인들은 ‘여류’가 아닌 문학의 한 주체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나희덕 등은 이 흐름을 90년대 이후 이어가고 있다.

▼문예지의 다양화, 세분화▼

70, 80년대 계간 ‘문학과 사회’ ‘창작과 비평’은 양대 산맥을 이루며 4·19세대의 이념을 고수해 왔다. 이 문예지들은 유신 이후 사회과학 분야를 강화했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리얼리즘의 퇴조를 겪은 뒤 90년대 들어 ‘창비’ ‘문사’와 다른 성격의 문예지들이 속속 창간되기 시작했다. 1989년 ‘작가세계’, 1994년 ‘문학동네’가 창간됐다. 문학과 사회 또는 역사와의 관계를 모색했던 ‘창비’ ‘문사’와 달리 이들은 문학과 작가 자체에만 집중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한때 ‘리뷰’(94년 창간, 98년 폐간) 등 문화비평 잡지들이 90년대에 등장, 문학과 문화와의 관계를 모색하기도 했다.

2000년대에도 ‘문학·판’(2001) ‘시인세계’ ‘시작’ ‘시평’(2002) ‘문학수첩’ ‘파라Para21’(2003) 등 세분화되고 다양한 문예지의 창간이 이어지고 있다. 문학을 다양하게 보는 시각이 반영된 여러 신생 문예지들은 문학잡지의 지형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