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종교학자들의 봄같은 만남

  • 입력 2003년 2월 1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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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대 동창회관에서 열린 ‘장병길 교수 논집 출판기념회 및 이은봉 정진홍 황필호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 모임’. 종교학계의 1∼4세대 학자가 함께 모여 서로에 대한 충고와 격려, 질정(叱正)을 아끼지 않은 흔치않은 자리였다.

우선 1970∼1980년대 학번인 3세대 학자들이 4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국내 종교학 개척자인 장병길 교수의 논문을 수록한 두툼한 논집 ‘한국 종교와 종교학’을 헌정함으로써 주위의 칭찬을 받았다. 또한 2세대인 66세 동갑내기 3명의 교수가 사이좋게 한자리에서 정년퇴임 모임을 가진 것도 학계에선 드문 일이었다.

정 교수는 논집 헌정사를 하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이제 더 이상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옆에 계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라며 스승의 업적을 기렸다.

귀가 어두운 86세의 장 교수는 답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씻어내듯 “책을 내준 것 자체보다 책을 내준 마음 씀씀이가 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여러분은 다른 종교학이 아닌 ‘한국’의 종교학을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어 열린 정년퇴임식에서 3세대 현역 교수들은 선배 교수들의 학문적 업적에 경의를 표했고 퇴임 교수들은 “우리는 이제 한 걸음 물러나 새롭게 공부하는 자세로 여러분의 뒤를 따르겠다”며 화답했다.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 반백의 정년퇴임 교수, 그리고 쟁쟁한 후학들이 한데 어울린 이날 모임은 막 박사학위를 받은 4세대 학자들이 선배들 앞에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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