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신뢰경영]<3>기업지배구조 개혁 지주회사가 첫단추

  • 입력 2003년 1월 9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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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2위인 LG그룹은 3월이면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한다.

지주회사인 ㈜LG 밑에 LG전자 LG화학 등 35개 사업 자회사를 둬 계열사간 소유구조가 단순해진다. 자회사간 출자관계가 깨끗하게 정리되면서 한국 재벌 체제의 특징인 순환출자가 사라지게 된다.

동원그룹도 모기업인 동원산업에서 금융관련 계열사를 떼어 내 동원금융지주(가칭)를 곧 만든다.

▼연재물 목록▼

- <2>이사회 ‘독립’ 아직은 ‘먼길’
- <1>소액주주 믿음이 기업성장 밑거름

하지만 이러한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기업은 여전히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순환출자, 현황은 어떤가=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1년 말 현재 12개 대기업집단 총수의 지분은 1.7%에 불과하다.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더해도 4%다. 전체 319개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곳이 207개나 된다. 그런데도 계열사지분에 특수관계인 및 자기주식 지분을 합한 총내부지분은 무려 45.6%에 이른다. 그물처럼 얽혀있는 계열사 상호출자를 지렛대로 지분도 얼마 없는 총수의 경영권 지배가 가능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LG증권은 99년 부실종금사인 LG종금을 합병해 대다수의 주주이익을 침해한 셈이 됐다. 작년 9월 동부그룹이 동부화재와 생명 등 금융계열사 돈을 동원해 아남반도체를 인수한 것도 ‘고객 돈’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으로 지적된다.

고려대 배기홍 교수(경영학)는 “1인 주주가 남의 돈으로 수십개의 기업을 지배하며 자의적으로 경영판단을 하는 소유지배구조는 한국에서만 나타난다”며 “대기업 개혁의 초점은 바로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지주회사=계열사간 상호출자가 봉쇄되는 지주회사의 장점은 적지 않다. 구조조정본부의 법적 근거 없는 경영간섭 문제가 당장 해결된다. 사업의 분리매각이나 진입 퇴출 같은 구조조정도 쉽게 추진할 수 있다. 한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번지는 선단식 경영의 폐해도 줄일 수 있다.

고려대 박경서 교수(경영학)는 “지배구조를 단순 투명하게 하는 데는 지주회사가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지주회사제도를 기피한다는 것. 현행 법률상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안 되고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유지해야 해 수십개나 되는 계열사를 모두 끌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지주회사 지분비율이 보통 80% 이상이나 된다.

홍익대 선우석호 교수(경영학)는 “개혁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의 경우 지분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낮은 수준에서 시작한 뒤 강도를 높여 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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