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섬 여행지⑤]눈부신 해안경관 수줍은 원시계곡 울릉도

입력 2002-08-07 18:07수정 2009-09-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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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려오는 해안에 하늘을 이고 찌를 듯이 서있는 추산과 그밑에 자리잡은 통나무집. 이 근처 바다에서는 전갱이가 잘 잡힌다. 울릉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연락선을 타고 가는 울릉도라

뱃머리도 신이나서 트위스트

아름다운 울릉도’

신나는 리듬의 1960년대 이 노래, ‘울릉도 트위스트’. 허나 요즘은 울릉도에서조차 듣기가 어렵다. 세상 바뀐 탓이려니.

‘울렁대는 가슴’이니 ‘뱃머리도 신이 나서’나 ‘연락선’도 마찬가지다. 선박동체 두 개를 잇댄 카타마란형 선박이 운항하면서 부터는 롤링(옆으로 흔들림) 피칭(위아래로 흔들림)이 거의 없다. 그러니 배멀미로 인한 울렁임도 어지간하면 참을 수 있을 정도다. 설레임으로 인한 울렁임이야 전만 못할리 없지만. 그리고 ‘연락선’. 이미 폐기된 단어다.

그 울릉도. 포항이건 묵호항이건 오가는데 3시간을 넘지 않는다. 비디오 두 편 틀면 채 다 보기도 전에 닿을 지척. 배 좋으니 출항률도 높다. 배끊겨 오도가도 못하던 때는 ‘아, 옛∼날이여∼’다. 파고가 3m를 넘지 않는 한 출항한다. 배끊기면 하룻밤 숙식(1박 2식)을 무료제공하는 보상프로그램도 등장(울릉도전문 아웃도어세븐 02-22285-5322)한 것도 다 그런 덕택이다.

오징어를 꿸 때 쓰는 섬조릿대가 우거져 터널을 이룬 모습. 울릉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객선 들어오면 도동항은 시장통처럼 북적인다. 온 섬의 버스 택시가 몰리기 때문이다. 해안도로 개통(01년 9월)전엔 볼 수 없던 중형버스(25인승)가 낯설다. 롤러코스터처럼 급경사의 험한 산길(태하령) 대신 말쑥한 도로를 달리게 된 덕에 등장했다.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 가이드에 이끌려 서둘러 항구를 떠난다. 유람선으로, 버스로, 렉스턴 테라칸등 사륜구동 택시로. 앞으로 서너시간 섬을 돌며 이 곳 저곳을 기웃거릴 터. ‘증명사진’찍기에는 최고다. 특히 장년층에게는. 그러나 멀거니 바라다만 보는 주마간산의 이런 유람. 짙은 감흥이 있을 리 없다. 요즘 세대에게는 소박맞는 것도 당연지사.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自然). 과연 울릉도는 어떤 모습일지. 해안도로를 정기운행하는 노선버스에 올랐다. 가파른 고개, 멋진 바닷가, 수 많은 터널, 360도 회전하는 꼬부랑 언덕…. 산등성에 핀 주황빛 참나리가 예쁘다. 한시간쯤 달렸을까. 태하항이다. 반달형의 몽돌해안이 포근하게 바다를 감싸는 곳. 미역 많고 안개 잦아 태하(苔霞). 바람도 좋아 오징어고장 울릉도에서도 그 맛이 최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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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산등성. 태하등대가 보인다. 그 등대를 찾아 오르는 길(초입은 황토굴 200m 전방의 간이화장실 앞). 산길은 숲으로 이어진다. 몇발짝 옮기자 숨도 깊고 숲도 깊다. 아직도 들리느니등뒤의 파도소리. 이내 새들 지저귐에 뒤덮인다. 숲가에는 동백, 숲속에는 곰솔(해송). 동백나무 진초록 이파리는 기름칠한 듯 윤기가 자르르, 곰솔(해송) 바늘잎은 바늘삼을 만큼 빳빳. 잎새로 드러난 동백열매. 동박새 날아와 따먹어도 좋을 만치 잘 익었다.

숲길의 낯선 여행자를 반기는 이, 울릉도 들꽃이다. 무리져 피는 하얀 섬바디꽃, 연보라빛 왕해국(海菊), 주황빛 참나리…. 동백나무 휘감은 칡넝쿨도 연자주빛 작은 꽃을 피웠다.산바람 바닷바람 사이좋이 드나드는 숲. 가파름도 지루함도 없다. 걷기에 딱이다. 꽃에 눈길주고 새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중턱. 전망대 삼아도 좋을 절벽을 지난다.

오징어 꿰는데 쓰는 섬조릿대가 터널이룬 오솔길. 그 밖으로 나가면 또 다른 장관이다. 수백년은 됨직한 아람드리 동백, 매끈한 수피의 후박나무로 뒤덮인 원시림 계곡이다. 하늘은 간데 없고 진초록의 숲그늘만 짙은 숲속. 인기척에 놀란 숲주인 흑비둘기가 후두둑 날아간다. 머리에 빨간 왕관쓴 새 한 마리도 가지 쪼아 침입자를 경계한다.

숲길 끝에서 만난 하얀 집. 열매 주렁주렁 열린 무화과나무 한그루가 손님을 맞는다. 태하등대 지키는 울릉도 항로표지관리소(포항지방해양수산청)다. 예서 만난 ‘등대지기’. 말끔한 30대가 복잡한 전자계기 가득한 사무실에서 근무중이다. 청하여 마신 차가운 물 한 모금. 기막히다.

마당앞 하얀 등탑.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7초에 한 번 깜빡인다는 등탑의 불빛. 까만 밤 하얗게 지샐 오징어잡이 배 길잡이 될 터이다. 등탑 지나면 바닷물 부딪치는 절벽의 꼭대기에 선다. 헬기앉는 너른 풀밭이 쉼터로 훌륭하다. 가까이로 대풍감(待風坎), 멀리로 추산(錐山)의 송곳산 뾰족봉이 보이는 이 곳. 수백년생 향나무 뿌리박고 자라는 절벽바위 대풍감 아래 바다로는 잉크빛 바다가, 아스라이 추산으로 이어지는 절벽 아래 바다는 코발트빛으로 빛난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닫이 길. 역시 들꽃님 활짝 웃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산아래서 만나는 바위해안. 울릉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바위해안이다. 태하항의 반달바다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길. 그 끝은 무너져 내린 바위절벽의 깊숙이 패인 모습의 빨간 황토굴이다. 총길이 3㎞, 소요시간 1시간반.

울릉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오징어 축제(www.ullung.kyongbuk.kr)〓22∼25일 저동항 일대. ①체험행사(23·24일)〓오징어낚시배 승선체험, 오징어 배따기 및 축 꽤기, 탱기치기 및 축 묶기, 오징어낚시묶기, 호박엿 늘리기, 오징어요리경연, 오징어잡이 조업현장 견학 ②참가행사(25일)〓오징어마라톤대회 열린바다낚시대회.

◇추산일가(錐山逸家·대표 최영근)〓바다 한가운데 코끼리바위가 마치 정원석처럼 가까이 내려다 보이는 송곳산(추산) 바로밑 해안절벽 위에 자리잡은 전망좋은 투막집형 고급펜션. 통나무로 지은 절벽식당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풍경은 기막히다. 추산항의 전갱이(일본명 아지)낚시는 추산일가에서 즐기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 어린아이 팔뚝만한 전갱이 는 새우미끼로 잡는데 낚시바늘에 채고 달아날 때면 한 손으로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 왠만한 여자는 붙잡고 있기가 곤란할 정도. 해질녘 두시간동안 20마리나 낚았다.

◇울릉도 여객선〓카타마란(선박의 동체 2개를 잇대어 붙인 형태의 선박) 세 척이 포항 묵호항과 도동을 매일 1회 왕복한다. 여름성수기에만 2회 왕복. 대아여행사의 홈페이지(www.dae-atour.co.kr)에 상세한 정보가 있다. 문의 02-514-6766.

▼패키지 상품▼

①오징어마라톤 대회참가〓24일 포항출발, 2박3일형. 22만원. 섬일주 유람선투어 및 대회기념품 포함. 대회(25일) 참가종목은 5㎞, 10㎞, 하프코스. 10일까지 선착순 500명 접수. 한국마라톤여행클럽(www.tourmarathon.co.kr) 02-756-5550 ②트레킹&전갱이낚시〓울릉도전문 아웃도어세븐(www.outdoor7.co.kr)에서는 추산일가에 묵으며 나리분지와 태하등대 숲길을 트레킹하고 저녁놀 지는 추산항에서 전갱이 낚시를 즐기는 ‘울릉도의 맛과 멋’ 체험패키지를 판매중. 축제참가 패키지(2박4일)는 28만5000원. 20, 22일 출발(오후 11시반 서울 덕수궁앞) 02-2285-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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