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섬 여행지③]푸른숲…파도… 제주도

입력 2002-07-17 17:37수정 2009-09-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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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남제주군) 해안경승지 큰엉. - 제주=조성하기자

《제주도. 오감(五感)이 화들짝 열릴 만큼 순수함이 숨쉬는 공간. 파란 바다와 하늘, 세찬 파도와 바람, 상큼한 감귤꽃 향기와 베어문 고등어 맨살의 미각과 감촉 등등…. 바다가 정원인 이 섬에서는 아직도 인공 보다는 자연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섬 제주를 찾아 오늘도 그 바다를 건넌다.

바다가 좋아 찾은 섬. 그러나 사방팔방, 심지어 눈감아도 보이는 지천의 바다는 이내 당연한 일상이 되고만다. 그래서 ‘더 이상’을 찾아 기웃거리는 성마른 도시인. 이번에는 과연 무엇이 그들의 오감을 사로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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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절벽 옆엔 산책로

▽파랑과 초록, 두 개의 바다〓제주의 바다는 두 개다. 파란빛의 진짜 바다와 진초록빛 삼나무로 뒤덮인 중산간 숲의 바다, 이렇게. 아직 제주도에서 ‘초록숲 바다’를 섭렵치 못했다면 지금까지 제주여행은 무효다.

렌터카로 떠난 초록숲 여행길. 조천에서 1118번 ‘남조로’(조천∼남원)로 접어들었다. 한라산 동편을 남북으로 지나는 이 길. 도로 양편으로 너른 초원이 펼쳐진다. 제주의 초록빛. 육지의 그것과는 다르다. 훨씬 더 생기있고 촉촉함도 더했다. 교래사거리에 이르면 주변은 온통 삼나무숲이다. 쭉쭉빵빵 기골장대한 삼나무가 하늘을 가린 숲속. 그안으로 난 드라이브길(교래사거리와 5·16도로를 잇는 도로)은 제주의 새 명물로 불림에 모자람이 없다.

교래사거리를 지나니 말이 뛰노는 멋진 초원이 나타났다. 경주마를 키우는 방목장이다.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선 하얀 목책의 풍경. 여유가 느껴졌다. 그너머로 날씬한 몸매의 경주마 10여마리가 풀을 뜯거나 누운 채로 7월 제주의 한가로움을 즐긴다.

예서 남원(남제주군)까지는 내리막. 오르내림 부산한 구릉을 지나는 남조로 2차선길은 때로는 숲속을, 때로는 초원을 내질른다. 초록의 바다 끝은 코발트빛의 진짜 바다. 남조로 끄트머리에서 발견하는 ‘큰엉 해안경승지’라고 쓴 이정표를 따라갔다.

큰엉. 이 곳은 특별하다. 제줏말로 ‘큰 바위’라던가. 오랜 세월 거센 풍파에 부서져 내린 바위절벽을 이렇게 부른다. 절벽 가장자리로 난 호젓한 산책로(1.6㎞)에 올라섰다. 그러자 바다가 발아래 놓였다. 그 바다는 달랐다. 역동적이었다. 쉼없이 큰엉 절벽으로 돌진하는파도로, 깨진 파도의 파편인 거센 물보라로, 동시에 작렬하는 격한 파열음으로.

바람적고 기후 온화해 살기좋기로 소문난 남원땅. 바다는 달랐다. 집채만한 파도가 큰엉을 삼킬 듯 몰아치던 이날. 큰엉 바다에서는 용감한 젊은이 두 명이 서핑보드(Surfing Board)로 파도타기를 즐겼다. 거센 파도를 피하기는커녕 거꾸로 즐기는 이들. 큰엉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하늘 떠받친 삼나무숲

절물자연휴양림(제주시)의 산책로. - 제주=조성하기자

▽숲과 초원에서 열리는 제주오감(五感)〓숲찾아 들어선 한라산 중산간지대의 절물 자연휴양림(제주시 봉개동). 육지의 어떤 휴양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국적 풍경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삼나무가 그리스신전의 기둥처럼 하늘을 떠받친 모습의 초입. 진입로에 레일처럼 놓인 폭 30㎝가량의 자갈길 나무판자길….모두가 ‘맨발로 걷는 길’이다.

삼나무가 빽빽한 숲속의 산책로. 숲그늘이 어찌나 짙던지 옷을 짜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그 숲의 주인은 까마귀다. 인공이 판치는 세상, 까마귀 울음도 자연음인지라 듣기에 좋았다. 숲 벗어나니 푸른 잔디광장. 산책로는 꽃몽우리 움튼 들꽃밭, 숲속의 약수암, 연꽃이 밭을 이룬 황금연못, 그리고 이끼짙은 초록빛 연못가의 용천수 약수터로 이어졌다. 숲그늘 아래 평상에서 낮잠든 두 사람. 평화롭다.

국토 최남단의 자연휴양림인 서귀포휴양림. 절물의 반대편인 한라산 서편 해발 700m고지다. 생체리듬을 유지하기에 가장 좋다는 이 고도. 여기서 피튼치드(녹음 짙은 숲의 나무가 뿜어내는 방향성 물질)로 목욕까지 하니 보약이 따로 없다.

‘생태관찰로’로 접어들었다. 발아래 깔린 보드워크(Boardwalk·지면과 공간을 둔 나무판자 길). 국내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친환경적인 시설이라 짐짓 놀랐다. 지표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한낮인데도 숲속은 어두웠다. 찬찬히 살펴보니 천연림이다. 3분의 2가 인공조림인 절물과 달리 모두가 한라산 토종이었다. 숲은 아늑하고 편안함을 주었다.

또다른 산책로를 찾았다. 여기도 나무판자를 댄 맨발길이 있었다. 그 길을 맨발로 걷던 한 가족을 만났다. 싱글벙글 즐거운 표정이었다. 피톤치드 덕분이리라.

이렇듯 아름다운 초록세상 제주도의 숲. 그 길에 들어서면 오감이 열린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귀 열리고 진초록빛 나무와 화사한 들꽃, 연못 가득한 연꽃에 눈 열린다. 피톤치드 알싸한 향에 무뎌진 후각 되살아나고 용천수 깊은 물맛에 미각도 살아난다. 그리고 맨발길 딛던 여린 발바닥으로 자연의 정기 쑥쑥 받으니….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된다.

제주〓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남원읍〓섬남쪽의 남원읍은 바람적고 기후 온화해 살기좋은 곳으로 소문난 동네. 덕분에 제주 감귤의 집산지가 됐다. 신영영화박물관이 바로 남원에 있다. 명소는라고 한다면 해안경승지 ‘큰엉’을 들 수 있다. △찾아가기〓남조로에서 좌회전, 12번국도로 들어선 뒤 남원리 마을을 통과하면 왼편에 ‘영화마을’팻말이 보인다. ‘×’표된 ‘해안도로’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된다. 산책로는 영화마을 입구의 전망대에서 시작된다. 신영영화박물관은 산책로 중간에 있다.

◇영화마을〓최근 오픈한 펜트하우스(다락방)형 고급펜션. 큰엉 해안경승지의 산책로 입구 바닷가 해안도로가 송림에 있다. 제주도내 두 개뿐인 복층형(실내계단)펜션. 전체 유니트(독채)는 총 30개. 상당수 유니트가 침실과 거실에서 파도와 소리가 들리는 위치에 있다. 성수기 12∼20만원, 비수기 10∼14만원. 문의 064-712-8290.

◇자연휴양림〓(1)절물(제주시 봉개동)〓5·16도로와 교래사거리(남조로·1118번도로)사이 의 삼거리에서 진입. 절물오름(해발 650m) 아래 위치. 064-721-4075 (2)서귀포(서귀포시 대포동)〓99번도로(1100도로)에서 진입. 서귀포시에서 17㎞. 064-738-4544.

◇산책로가 있는 공간

△오’설록(www.sullock.co.kr)〓‘설록차’ 생산판매업체인 태평양화학이 서광다원(남제주군 안덕면 서광리) 녹차밭에 세운 녹차박물관. 녹차아이스크림이 별미. 녹차밭을 드라이브하거나 산책할 수 있다. 박물관 야외의 산책로도 아름답다. 064-794-5312

△테디베어 뮤지엄(www.teddybearmuseum.com)〓곰인형으로 세계 역사를 보여주는 곰인형 박물관. 원뿔형의 글래스타워가 명물. 곰인형으로 장식한 잔디공원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즐기기에 좋은 산책코스. 서귀포시 색달동 중문관광단지에 있다. 064-738-7600

▼렌터카+이색숙소▼

요즘 제주도 여행의 패턴은 ‘렌터카+이색숙소’. 대장정여행사(www.djj.co.kr)의 ‘렌트@홈’패키지는 레간자(LPG오토·24시간)와 펜션(1박)을 묶은 것. 가격은 숙소별(콘도형민박, 가족숙소, 펜트하우스), 시기별(비·성수기)별로 천차만별. 1박당 10만8000원(25일이전·콘도형민박)∼26만7000원(최성수기·펜트하우스)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세히 나와있다. 항공권은 렌터카를 이용(48시간이상)하는 성인에 한해 성수기가격(서울·제주왕복 16만7000원)에서 15%를 할인, 14만3000원에 제공중. 단, 이용 기간(18∼25일, 8월 11∼18일)과 시각이 지정된 항공권이다. 문의 02-3481-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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