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보배는]"5남매끼리 부대끼며 '질서' 만들죠"

  • 입력 2002년 2월 26일 15시 55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리더십이나 협동심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정성들여 가르칩니다. 그 덕분인지 아이들이 모두 제 할 일을 알고 형제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미국 뉴스킨 엔터프라이즈사의 로버트 영 마케팅담당 부사장(38)은 부인 데비(32)와의 사이에 태너(9) 앨리슨(7·여) 코세트(5·여) 맥스(2) 토머스(7개월) 등 3남 2녀를 두었다. 일과 생활에 쫓겨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도 많은 추세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영 부사장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다산(多産)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 부사장은 얼마 전 동계올림픽이 끝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프로보에 살고 있다. 프로보에서는 주민들의 60%이상이 모르몬교를 믿고 있는데, 모르몬교에서는 신자들에게 가급적 피임을 하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영 부사장처럼 고학력 고소득층 가정에서도 자녀가 네댓씩 되는 예를 적잖이 볼 수 있다.

자녀가 다섯명이나 있으면 골고루 신경을 써 줄 수 있을까? 또 엄마가 아무리 가정주부지만 아이들만 두고 자리를 비운다면 안심이 될까? 부인 데비는 “‘사회적 행동발달(Social Development)’이 이뤄지도록 아이들에게 각자 많은 역할을 부여한다. 그럼 결국 자기들끼리 나름대로의 질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부모는 최소한만 개입해도 된다”고 답했다.

영 부사장 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은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외부에서 ‘둘만의 데이트’를 갖는 여유를 부릴 정도다.

영 부사장 집의 부엌 벽에는 ‘나의 일’이라는 차트가 걸려 있다. ‘세탁소에 맡길 더러운 옷을 챙긴다’ ‘진공청소기로 카펫을청소한다’ ‘토머스와 함께 논다’ ‘엄마의 저녁 준비를 돕는다’ ‘식탁에 접시, 스푼 놓는 일을 거든다’ 등의 다양한 일들을 맏이부터 셋째까지인 태너, 앨리슨, 코세트가 당번을 정해 수행한다. 장난감 정리, 침대시트 정리, 방 청소 등은 각자의 기본 의무다.

영 부사장 부부는 큰아들인 태너가 리더의 역할을 하도록 해, 그가 동생들을 보며 맡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보살피도록 한다. 동생들에게는 물론 태너가 아빠 엄마 다음으로 ‘권위’있는 존재임을 설명해 준다.

뉴스킨사는 매주 월요일을 ‘가족과의 시간’으로 정하고 직원들이 오후 5시경이면 퇴근을 하도록 배려해 준다. 영 부사장은 이런 시간들을 통해 아내와 함께 초등학교에 다니는 태너와 앨리슨의 작문과 수학숙제를 도와주거나 코세트에게 ‘해리 포터’를 큰 소리로 읽도록 시키며 뜻풀이를 해 주는 등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한다.

공부가 끝나면 식구들이 전부 모여 ‘모노폴리’(일종의 ‘땅따먹기 게임’)같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식구가 많아서 팀을 짤 때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시간이 즐겁다.

자녀들은 농구 수영 탁구 등의 운동을 시청에서 실시하는 무료강좌를 통해 배운다. 영 부사장 부부가 유일하게 지출하는 과외비는 피아노 교습비. 큰아들 태너가 일주일에 한번씩 전직 음대교수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교습비는 월 280달러. 가끔 태너가 “건반에 싫증이 났어!”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영 부사장 부부는 “하나 이상의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문화인의 기본소양”이라며 태너를 설득한다.

다섯명의 아이들이 가진 최고의 축복은 모두 건강하다는 것. 아이를 줄줄이 건강하게 낳는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영 부사장은 “나와 아내 둘 다 술 담배는 물론 커피 콜라 홍차도 입에 대지 않는데다가 가능한 한 인스턴트 음식도 먹지 않는다. 이것이 ‘우수 유전자’를 생산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솔트레이크시티〓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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