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유전자 쥐 "인간질병 모두 대신 앓죠"

  • 입력 2002년 1월 6일 17시 41분


성균관대 의대 분자세포생물학 교실의 이한웅 교수(44)는 직원 20여명과 같이 하루 15시간을 쥐와 더불어 생활한다. 그의 연구소 지하엔 현재 3000여 마리의 유전자쥐가 살고 있는 ‘전용 마우스 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이 교수는 이곳에서 2여년 동안 연구 끝에 선천성심장병 백내장 등 20여종의 다양한 질환을 가진 유전자쥐(DNA를 변형한 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교수팀이 한번으로 유전자쥐를 만드는 성공률은 70∼80%로 미국에서 평균 성공률이 20∼30%되는 것에 비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교수는 81년도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에서 13여년을 공부했다.이 암센터는 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에서 암분야 1위로 뽑힌 연구소.98년 귀국해 타 대학 출신으론 처음으로 서울의대 교수로 임용됐으며 1999년도엔 성균관의대로 옮겼다.그가 키우고 있는 유전자쥐 중에는 돈으로 환산한다면 한 마리당 수백만원하는 호가하는 생쥐도 있다. 쥐는 이교수 말고도 암연구를 하는 의학자나 유전학자 생물학자들에게 항상 관심의 대상이 돼 오고 있는 동물이다.

첨단 의학의 발달과 함께 실험용 쥐의 중요성은 점차 더하고 있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그와 유사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 쥐와 같은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먼저 치료법을 알아내야 한다. 국내엔 자료가 없지만 97년 독일 통계청의 동물 실험통계를 보면 97년 한해 동안 실험대상이 된 동물은 150만 마리이며 이 중 쥐가 75%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토끼 새 개 고양이 원숭이 순이다. 국내에서도 사용되는 실험용 동물의 비율은 이와 비슷하다. 이러한 동물 중 의약품 개발에 48%, 기초 연구와 의학분야에 38.8%가 이용됐다.

▽의학에서 왜 쥐인가〓포유류 중에서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것과 쥐의 생물학적 특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즉 △쥐는 월경주기가 4∼5일이고 임신기간은 3주로 짧아 번식에 용이하고 △분만 후 곧바로 임신이 가능하며 △한번에 5∼15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다. 계산상으로 1년 동안 쥐가 낳을 수 있는 새끼 수는 무려 2만여 마리나 된다.

이 외에도 쥐는 DNA 안의 염기 수가 30억 쌍으로 사람과 거의 유사하다. 이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질병은 쥐도 가질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20세기 이후 쥐에 관한 꾸준한 연구로 포유류 중에선 가장 많은 정보가 축척돼 있다. 더구나 반세기 동안 유전자 관련 논문의 양이 늘어나면서 유전자쥐를 만드는 기술 또한 발전됐으며 현재 수천여종의 유전자쥐들을 임의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가령 당뇨병 치료약 개발을 위해 당뇨병에 걸린 유전자쥐를 이용할 수 있다.

▽실험쥐의 종류〓쥐라고 다 같은 쥐가 아니다. 실험쥐로는 생쥐(마우스)가 의학 생물학 심리학의 실험 동물로 널리 사용된다. 생쥐는 몸길이 6∼10㎝로 우리가 흔히 보는 집쥐(시궁쥐)보다 크기가 반이상 작다. 또 실험쥐는 20세대 이상 반복 교배를 통해 마치 일란성 쌍생아와 같이 만든 쥐이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각종 실험에서 균일한 반응을 얻기 위해서다. 이때 생쥐의 가격은 2000원∼500만원으로 천차만별.

실험쥐 중 유전자쥐는 쥐의 DNA 등을 조작해 유전자를 변형시켜 의학적으로 필요한 각종 질환을 가진 쥐로 만든 것.▶그래픽참조

우선 생쥐 암놈과 수놈의 인공수정 또는 교배를 통해 수정란을 만든다. 이때 수정란 속에 있는 염색체에 임의로 특정 질환이 생기게 하는 DNA를 가져와 현미경과 주사바늘을 이용해 삽입한다. 이렇게 한 후 다시 수정란를 암놈 자궁에 착상시키고 3주가 지난 뒤 태어난 새끼들 중 실제로 그 질환이 생긴 쥐를 찾아내면 된다.

최근엔 유전자쥐 중 암과 관련해 많이 사용되는 쥐로 누드쥐가 있다. 30여년 전 미국의 한 실험실에서 털이 하나도 생기지 않는 누드쥐를 우연히 발견했다. 생물학자들이 이 누드쥐를 연구한 결과 털을 생기게 하는 어떠한 종류의 유전자가 완전히 부서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물학자는 이 유전자를 NUDE라는 단어에서 따온 누(Nu) 유전자라고 명명했다. 누드쥐는 면역기능이 완전히 파괴돼 인간에 생긴 암세포를 키울 때 누드쥐를 사용하면 잘 자라게 된다. 이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체가 누드쥐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교수는 “유전자쥐는 인간에게 발생되는 유전병 연구와 특정 유전자가 생체 내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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