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연예인-방송사 그 애증의 관계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27분


7집 앨범 ‘미안해요’로 100만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김건모가 최근 MBC와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6월 마지막 주에 있었던 MBC의 가요순위프로그램 ‘가요캠프’에서 당연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그의 노래가 문차일드의 ‘사랑하니까’ 에 밀려 2위를 차지하자 공정성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출연 예정이었던 ‘게릴라 콘서트’의 녹화마저 펑크내고 말았다.

그가 방송국과의 힘겨운 투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극단적 행동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요 인기 순위는 엄밀히 말하면 음반 판매 순위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방송사들은 그 순위 산정에 10대들의 전유물이라 할 전화 ARS와 인터넷 집계를 포함시키는 바람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기 음반의 5분의 1 밖에 팔리지 않은 음반에 밀려 2위를 차지한 김건모가 속이 쓰린 것도 당연하다. 심지어 1위 당사자인 문차일드의 소속사 직원들조차 어리둥절했을 정도였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얼마 전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내용을 문제삼아 소속 연예인들의 MBC 출연 거부를 결의했고 몇몇 프로그램은 이미 파행 방송됐다.

연예인과 소속사와의 관계를 ‘노예계약’이라고 지칭한 다소 편파적인 보도에 발끈한 매니저들의 반란이었다. 사실 이는 오래 전부터 쌓여왔던 방송사에 대한 불만이 곪아터진 것이다.

물론 방송국이 없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들을 보기가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방송국 측이 누리는 권력은 때론 도가 지나칠 때가 많다. 출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신인들은 방송국에서 시키는 대로 뛰고 구르고, 바보가 돼야 한다. 이 때문에 듀크나 캔 같은 가수는 뛰어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가수가 아니라 개그맨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외환위기 때 고통 분담을 외치며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일괄적으로 인하했던 방송국 측은 경기가 회복되고 방송국의 1년 수익이 수백 억원이 넘어도 여전히 그 출연료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방송국 간부들끼리 담합해서 일방적으로 정해놓았던 회당 200만원의 출연료 상한선은 시청률 경쟁을 위해 스타 모시기에 혈안이 된 그들 손에 의해 어느새 유명무실해졌다. 이제는 회당 700만원을 받는 연기자까지 생겨났다.

모 방송국 공채 탤런트 출신인 S양은 아무리 기다려도 좋은 역할을 못 받아 타 방송국으로 옮겨 스타가 됐다. 그러자 S양을 처음 뽑았던 방송국에서 자신들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작품 출연을 종용하다 말을 안 듣자 그 보복으로 S양과 같은 소속사 연기자인 P군을 출연 중이던 드라마에서 방출시켰다.

늘 유쾌한 이미지의 탤런트 K군도 한 방송사의 청춘 드라마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시절 드라마 쫑파티에서 감독과 한바탕 취중 액션(?)을 벌인 후 8년 간이나 그 방송국에 출연을 못하다 최근에야 주연을 맡았다.

이렇듯 방송국과 매니저, 연예인들 간의 관계는 서로 필요하면서도 늘 갈등의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린 특정 연예인을 출연 정지시키는 방송국이 있는가 하면 특정 방송국을 보이콧하는 스타도 있다. 애꿎은 시청자들만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대화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김 영 찬<시나리오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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