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비싸야 '예술'인가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45분


최근 공연장의 ‘입장료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11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VIP석이 20만원으로 예술의전당 개관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10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때 야외무대에서 무료로 공연됐던 ‘우루왕’은 14일 재공연을 앞두고 10만원짜리 VIP 입장권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뮤지컬 ‘스텀프’ ‘시카고’는 2만∼6만원이고, 연극 ‘어머니’는 2만∼5만원이다.

29일부터 공연되는 ‘명성황후’의 VIP석은 7만원. 이 입장권 2장에 식사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선물권’은 20만원에 이른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비해 저렴하다는 대학로의 연극도 3만원짜리가 흔하다.

꼭 VIP석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S석에 앉아야 배우의 식별이 가능한 우리 극장의 여건상 두 사람이 밥 한끼라도 먹고 택시를 타면 15만∼20만원은 쉽게 든다는 계산이다. 주최사나 공연장측은 식사 등 ‘부가 서비스’가 제공되는 점과 “공연을 어떻게 돈으로 따지냐”며 이른바 ‘예술론’을 펼친다.

과연 그럴까? 기자는 지난달 중국 출장 중 관광객이 주로 찾는 베이징 ‘창안타쉬위엔(長安大戱院)’에서 서유기를 내용으로 한 경극(京劇)을 관람했다. 외국인을 위한 자막이 있고 시설도 괜찮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600여석)보다 조금 큰 극장이었다. 토월극장으로 따지면 정면 R석쯤인 이 자리의 요금은 80위안(元·1만2000원)이었다. 그렇지만 이것도 꽤 비싼 편이다. ‘화쥐(話劇)’로 불리는 서양식 연극은 40∼80위안으로 영화 요금(30∼40위안)과 비슷했다.

브로드웨이의 ‘시세’를 거론하며 우리 공연이 비싸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시카고’ ‘라이언 킹’ 등 잘 나가는 뮤지컬의 표는 대개 20∼85달러(약2만4000∼10만2000원) 수준이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오르피윰극장에서 공연 중인 ‘스텀프’는 29∼49달러.

그렇지만 우리 관객의 ‘주머니’도 뉴요커와 비슷할까. 무엇보다 그 돈을 지불한 관객들이 그 만큼의 기쁨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지 의문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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