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룡의 부부클리닉]당신 틀에 맞추라고?

  • 입력 2004년 4월 25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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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8년째인 강씨 부부의 불화는 지난해 여름 경포대 가족휴가에서 시작됐다.

남편은 최근 몇 년간 아내가 활기가 없어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여행을 가거나 놀이를 할 때 아내는 늘 뒷전으로 물러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지난 휴가도 마찬가지다. 아내와 놀고 싶지만 응하지 않아 두 딸과 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남편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재미가 없는 휴가였다”고 말했다. 갑자기 아내가 크게 화를 냈다. 이후 아내는 냉랭하게 변했다. 싸움이 잦아졌다.

부인에게 그 사건에 대해 물었다. 부인은 “원래 신체활동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과 남편이 노는 것만 봐도 행복했다. 그런데 남편이 재미없다고 하자 나를 무시하고 다른 여자들과 비교하는 것처럼 들려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부의 성장환경을 들춰봤다. 남편은 여자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랐다. 남자형제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결혼 뒤 아들을 기대했지만 딸만 두게 됐다. 함께 할 놀이가 별로 없었다. 아내가 자신의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외면을 당한 것이다.

부인은 남매로 자라면서 남자와 여자의 놀이는 다르다고 배웠다. 활동적인 남동생은 몹시 성가셨다. 다행히 남편은 여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남편이 은근히 사람을 긁는 농담을 자주 했다.

이 부부는 면담을 통해 그전에 느꼈던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을 없앴다. 편안하게 얘기하면서 서로가 바라는 것과 이미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남편은 아내의 뜻에 따라 반드시 함께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이해하기로 했으며 더불어 아내가 좋아할 만한 레저활동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부인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려는 남편의 노력을 높이 사며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이 부부는 이런 노력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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