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꽃그림 보고 향기 안다고?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인터넷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 가입자들은 Q&A란을 통해 기발한 질문을 던질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 내용은 “옛날 선덕여왕이 공주 시절에 중국 사신이 가져온 모란꽃의 그림만 보고도 향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데 어떻게 그림만 보고도 알 수가 있었을까요?”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 1권 ‘선덕여왕지기삼사(善德女王知幾三事)’편과 삼국사기 ‘진평왕(眞平王)’편에 나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선덕여왕이 당나라 황제가 보낸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그 꽃에 향기가 없음을 미리 알았다. 씨를 심어 꽃이 피었는데 과연 향기가 없었다.”

선덕여왕의 예언은 언뜻 보기에 아주 논리적이지만 과학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벌과 나비는 꽃이 보이지 않는 먼 곳에 있을 때에만 향기를 따라 꽃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꽃에 가까운 곳에 있으면 향기가 없더라도 꽃의 색을 보고 찾아갑니다. 향기 없는 모란꽃이라도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는 말입니다.

꽃을 찾아내는 곤충의 무기는 독특한 눈입니다. 벌과 나비는 6각형의 낱눈이 여러 개 모여 있는 겹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낱눈을 가진 곤충은 퍼즐조각 맞추기처럼 여러 개의 화면을 조합해 세상을 보게 됩니다. 낱눈의 장점은 꽃잎의 흔들림 등 아주 미세한 변화도 아주 큰 변화로 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전체 화면이 움직이는 사물이라면 낱눈의 화면 변화는 더욱 크겠죠. 그래서 곤충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이 일으키는 미묘한 움직임도 바로 알아채는 것이지요. 또 겹눈 사이에 있는 홑눈은 명암을 인식하는 역할을 하는데, 자외선까지도 식별할 수 있어 사람의 눈으로는 거의 식별이 되지 않는 미묘한 꽃잎의 색도 구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란꽃은 선덕여왕의 예언과 달리 꽃이 피는 5월이면 아주 좋은 향기가 납니다. 물론 선덕여왕이 본 모란이 향기가 아주 적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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