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살한 대전 여고생의 같은반 반장 “친구 죽음 못막아 괴롭다”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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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집단따돌림 자살한 대전 여고생의 같은반 반장, 3시간여만에 숨져
청소년센터서 상담 받아와 “꿈에 친구가 자주 나타나”
경찰 “유서 발견안돼 조사중”

본보 2011년 12월 23일자 A14면.
본보 2011년 12월 23일자 A14면.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12월 투신자살한 대전 D여고 A 양(17)의 같은 반 반장이 자책 끝에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16일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5분 대전 둔산동 모 아파트 1층 출입구 지붕에 여고생 P 양(17)이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채널A 뉴스 방송화면 캡쳐.
채널A 뉴스 방송화면 캡쳐.
P 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3시간여 만에 사망했다. 경찰은 “P 양은 지난해 12월 초 자살한 A 양의 같은 반 반장으로 집단 괴롭힘 때문에 고민하던 A 양을 데리고 담임교사를 찾았다가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뒤 A 양이 자살하자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A 양과 P 양은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P 양은 A 양이 자살한 이후 교육청 산하 청소년상담센터인 ‘Wee센터’에서 상담을 받아왔다고 한다. 친구의 죽음에 대해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는 것.

[채널A 영상]“둘이 친했는데, 경찰조사 받고 그러니 죄책감이 더…”

시교육청 관계자는 “센터 상담교사에 따르면 P 양이 ‘꿈에서 죽은 친구가 자주 나타난다’며 괴로워했다”면서 “상담교사도 충격이 매우 큰 상태”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자살 원인은 추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A 양의 자살 당시 유족은 “일부 학생으로부터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했고, 사고 직전 담임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 양의 친척 오빠는 “여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학교 학생들과 이를 방치한 교사가 처벌되길 원한다”며 A 양이 자살하기 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경찰은 이후 사건을 재조사했다. 결국 친구를 잃은 상실감과 자책감에 경찰 조사 압박까지 겹쳐 P 양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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