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 행사’ 칼빼든 국민연금, 대림산업-남양유업도 겨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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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다음 타깃 될라” 긴장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어느 회사가 국민연금의 2호 타깃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장사들은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가능성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는 등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너인 이해욱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논란이 불거졌던 대림산업 등이 국민연금의 2호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림산업 지분 13.2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번에 주주권 행사 대상에서 빠진 대한항공도 언제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기금위 A 위원은 “단기 매매차익 이슈 때문에 비켜간 것일 뿐이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짠물 배당을 하는 기업들도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97개 기업 중 지난해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된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49개사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배당 성향은 33.81%였다.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배당 확대를 요구해 왔으며 지난해 5월에는 현대그린푸드, 남양유업을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성향이 낮은 대림산업(7.91%), 현대그린푸드(6.16%) 등이 가이드라인에 걸린다”고 분석했다.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ESG)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727개 상장사 중 최하위 등급(D등급)을 받은 곳은 35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이 평가표를 바탕으로 정성평가를 거쳐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증권가에서 이들 기업이 국민연금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달 만들어 공개한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당초 이 가이드라인은 2020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끝난 뒤 “2020년 이전이라도 기금위 의결을 거치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배당 성향이 낮거나 비합리적인 배당 정책 △환경, 사회적 책임, 기업지배구조 하위 등급 △사회적 논란 야기 등에 해당된 회사를 주주권 행사 대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을 상대로 ‘비공개 대화→비공개 중점관리→공개 중점관리’ 순으로 조치를 취한 뒤 개선이 없다고 판단하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의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 활동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확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기업 전략담당 임원은 “국민연금 지분이 높은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과 오너 일가 관련 이슈 등을 점검했다”며 “당장은 문제가 없었지만 향후 국민연금의 투자 확대는 위험 요인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도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따라 기업들에 대한 투자 전략을 다시 세우는 한편, 개별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책을 컨설팅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국민연금#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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