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2010년 물가 추이 비교해보니… 쌀값 6배 오를때 등록금은 30배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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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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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象牙塔)’인 대학에 소를 팔아야 보낼 수 있다고 ‘우골탑(牛骨塔)’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 등록금이 치솟으면서 이제는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부모의 등골이 휜다고 해서 ‘등골탑’으로 불린다.

14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10년까지 35년간 4년제 국공립대 등록금은 30배, 사립대는 28배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을 기준으로 국공립대 등록금은 1980년에 2배, 1990년 5.6배, 2000년 12.5배, 2010년 29.6배 올랐다. 사립대 등록금도 1980년 2.6배, 1990년 6.2배, 2000년 16.2배, 2010년 27.7배 치솟았다. 반면 35년 동안 주식(主食)인 쌀은 6배, 소주는 10배, 지하철 요금은 23배 올랐다. 같은 기간 전세금이 11배 오른 것과 비교해도 대학 등록금의 상승세는 아주 가팔랐던 셈이다.

1980년대까지 100만 원대였던 대학 등록금은 1989년 사립대 수업료가 대학 자율에 맡겨지면서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간섭하던 고등교육기관의 재정을 각 대학 총장에게 맡기면서 등록금 상승의 빌미를 제공한 것.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0년 국공립대와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각각 219만 원, 451만 원이었지만 2010년 각각 429만 원, 753만 원으로 뛰었다. 10년 만에 95.7%, 66.9%씩 급등한 셈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31.0% 오르는 데 그쳤다.

대학 등록금은 1980년에도 당시 근로자 4인 가구 월평균 소득(22만4321원)을 크게 웃돌 정도로 상당한 부담이었다. 농촌에서 자녀 1명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선 재산의 전부라는 소를 팔아야 할 정도였다. 1980년 한우 수소 600kg 한 마리(118만 원)를 팔면 당시 평균 34만 원 선의 국공립대 4년 치 등록금을 겨우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5월 산지 수소 값이 360만 원대로 급락하면서 소 2마리를 팔아도 1년 치 사립대 등록금을 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1980년에 쌀 7.5가마(1가마 80kg 기준)를 팔면 1년 치 국공립대 등록금을 댈 수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31가마를 팔아야 겨우 조달할 수 있었다.

과거에도 등록금이 부담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1970, 80년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여서 집안을 일으킬 자녀 1명 정도를 대학에 보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실제로 1975년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은 25.8%로 4명 중 1명꼴로 대학 문턱을 밟았다.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79.0%로 높아져 10명 중 8명이 대학에 가는 사회가 됐다. 교육전문가들은 “대학 진학이 특권이 아닌 보편교육이 됐고, 대학을 나와도 특별한 경제적 이득이 없는 상황인데도, 부모들은 높은 등록금으로 등골이 휘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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