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20대]반값 등록금 등 복지정책 위한 세대별 부담 따져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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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재정부담액 평생 1억4300만원 최다… 전영준 한양대교수 보고서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다니던 중 군대 갔다가 올해 초 3학년에 복학한 권모 씨(24)는 정부 학자금 대출 500만 원을 받아 어렵게 1학기 등록금은 해결했다. 권 씨는 “취업도 힘든데 사회 진출 전부터 등록금 때문에 빚을 지고 나니 무엇엔가 도전할 마음이 사라진다”고 허탈해했다. 하지만 권 씨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과 취업난보다 더 무서운 ‘젊은 세대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무상급식 등 표심(票心)을 노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 무상정책을 앞다퉈 내놓는 가운데 무상복지에 투입될 나랏돈을 젊은 세대와 그의 아들, 딸이 될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된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한국조세연구원 의뢰로 이달 초 내놓은 ‘조세 재정정책 개편의 재정부담 귀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4세인 젊은이들이 평생 떠안아야 할 재정부담은 1인당 1억4306만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세대가 세금을 추가로 더 부담하지 않고 2008년 이후 출생 세대에게 재정부담을 전가할 경우 2008년 이후 출생자 1명의 재정부담은 이것보다 약 3배 많은 3억9716만 원에 이른다. 이런 재정부담은 현재의 세입규모와 복지재정지출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산출한 것이다. 국민연금 개편과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제도의 도입이 결정된 2007년을 기준시점으로 무상복지가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에 엄청난 짐이 될 것이라는 점을 데이터를 통해 계량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교수는 세대별로 기대수명(80세)까지 내야 할 세금에서 정부로부터 받게 될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기초노령연금 등을 뺀 금액을 현재가치로 뽑아 순(純)재정부담을 산출했다. 플러스이면 받는 복지혜택보다 내는 세금이 훨씬 많은 ‘적자인생’이라는 의미다. 연령별 재정부담은 2007년생(0세) 1억418만 원에서 점차 증가해 20세(올해 24세)에 정점을 찍은 후 50세 3792만 원으로 감소한다.

보고서는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복지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하든지, 현재 세대가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세(增稅)를 택한다면 2010년 기준(1인당 조세부담액 456만 원)으로 25.2%를 더 내야 한다. 시기가 늦춰질수록 내야 할 세금은 불어나 2020년에는 32.2%, 2030년에는 42.1%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도 젊은이와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이 섬뜩한 수준인데, 무상복지 정책이 추가되면 부담이 몇 배로 불어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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