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 “하야해도 갈 나라가 없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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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115개국 가입… 단죄 두려워 버티기 고집
시리아 강경진압 계속… 하루새 100명 넘게 숨져

시리아와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 및 내전이 근 6개월째를 향해 가며 숱한 인명피해를 낳고 있지만 두 나라의 독재자는 전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국제사회의 공격과 경고에도 무리한 강경 진압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8일 “세상이 변해 망명을 하거나 권력에서 물러나 편안히 쉴 곳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을 제시했다.

‘과거 좋은 시절’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나 장클로드 뒤발리에 전 아이티 대통령 같은 독재자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망명해 편안한 ‘은퇴’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고 국제사회의 단죄 시스템이 체계화되면서 현대의 독재자는 ‘사임 이후’의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것이 뉴스위크의 분석이다.

이스라엘로의 망명 제안을 물리치고 권좌에서 물러나 자국에 남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최근 재판 모습은 독재자들의 선택에서 ‘하야’라는 선택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카다피와 알아사드로서는 강경한 대응으로 권좌에 남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두 사람의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C) 회원국인 115개 국가로 갈 수도 없다. 이미 ICC에 의해 기소된 카다피 원수나 ICC에 의해 기소될 수 있는 알아사드 대통령은 ICC 회원국에 도착하자마자 헤이그국제재판소로 송환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재자들은 더 집요하게 권력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런 가장 절망적인 국가는 국가적 가난과 기능 장애로 점철된 북한이라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시리아군은 7일 탱크와 불도저를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계속해 동부 최대 도시 데이르 에조르에서 42명이 사망하는 등 전국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 인권운동가와 기자 수백 명도 체포됐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군이 하마 지역 통신수단은 물론이고 전기까지 차단하면서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던 미숙아 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탱크의 공격을 받은 이 병원에서 최소 53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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