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파문]어산지 “공익 위해 폭로”… 英법원 보석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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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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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산지 씨 아들 대니얼 씨
어산지 씨 아들 대니얼 씨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직 대중을 위해 두려움 없이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을 폭로해 전 세계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39)가 영국에서 체포된 8일 발간된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고문에서 위키리크스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수천 명의 호주군이 희생된 갈리폴리 작전의 지휘부를 폭로한 호주 언론인 키스 머독에 비유하며 “한 세기 후면 당연히 공개될 필요가 있는 사실을 두려움 없이 공개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 공익을 위한 폭로냐? 자아도취냐?

어산지 씨는 “오랜 전통을 가진 여러 신문이 폭로 내용을 기사화하고 있는데 위키리크스만 미국 정부와 그의 시종(acolyte)들로부터 악랄한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관련자들의 인명과 관련국들의 안보가 위험에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는 반전(反戰)주의자는 아니지만 전쟁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그런 전쟁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세금을 요구하는 정부는 나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어산지 씨가 지나친 확신 때문에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산지 씨의 아들 대니얼 씨(20)는 7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버지와 아버지가 믿고 따르는 대의명분을 매우 존경한다”며 “아버지를 공정하고도 정치적 편견 없이 처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대니얼 씨는 “부친이 미국으로 인도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콘돔 사용 안 해 성폭행 혐의 피소

영국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8일 오전 9시 30분경 런던경찰에 자진 출석해 체포된 뒤 법정에 나온 어산지 씨에 대한 심리에서 변호인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하워드 리들 판사는 “그가 영국에서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다음 심리가 열리는 14일까지 구금명령을 내렸다. 영국이 어산지 씨를 스웨덴으로 넘기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은 어산지 씨가 공언한 ‘최후의 심판 파일(doomsday files)’의 공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스웨덴 사법당국은 어산지 씨에 대해 8월 2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유효한 체포영장을 발부해 영국 경찰에 전달했다. 어산지 씨가 성폭행 혐의로 고소된 것은 콘돔 사용 문제 때문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피해여성들은 어산지 씨가 성관계를 가지면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나중에 성병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연락을 피했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콘돔 사용을 거부하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보지 않는다.

○ 검찰 홈페이지 다운


어산지 씨를 기소한 스웨덴 검찰청 홈페이지는 7일 사이버 공격으로 다운됐다. 이동통신 보안기업 팬더시큐리티에 따르면 스웨덴 검찰 홈페이지는 ‘익명(Anonymous)’이라는 이름의 사이버 해킹 집단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는 약 500대의 ‘좀비 컴퓨터’가 동원됐다고 한다. 팬더시큐리티는 “어산지 씨를 지지하는 해커들까지 가세해 위키리크스에 대한 결제를 거부한 온라인 결제사이트 페이팔과 어산지 씨의 계좌를 동결한 스위스 우체국은행 ‘포스트파이낸스’의 홈페이지에도 공격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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